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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의술 인술]“출산·수술 후 통증보다 더 심해”…노인들 취약한 대상포진, 국가예방접종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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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을 참을 수가 없어요.”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에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진료 현장에서 접하는 대상포진 환자들의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출산통, 수술 후 통증보다 심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러다보니 심각한 통증이 야기하는 개인적·사회적 손실비용은 단순히 진료비용 청구 데이터만으로 집계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환영할 만한 소식은 ‘어르신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회의 의견에 따라 지난 7월25일 질병관리본부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대상포진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비 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작년부터 인천 강화군과 전남 순창군 등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 접종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 6·13 지방선거에는 자유한국당의 당 공약 및 경남도지사·제주도지사 등의 공약을 통해서도 거론된 바 있다.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국가 지원 목소리가 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질환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바로 60대 이상의 노인층이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함께 신경통, 안면마비, 시력·청력 상실 등 발병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해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대상포진은 평생 1회 백신접종으로 연령에 따라 69.8~51.3%까지 예방이 가능하지만, 어르신들이 15만~20만원 하는 백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도 국가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입원환자의 1인당 평균 의료비 지출액은 약 185만원으로 나타났다. 81세 이상 환자는 약 282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했다. 나이가 들수록 치료비 부담도 가중된다. 치료비는 백신 접종비의 약 10배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접종비 부담 때문에 접종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상포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효과성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올해 발표된 국내 대상포진 경제성 평가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1인당 약 72만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하는 데 소요되는 정부의 예산 대비, 백신 접종 후 질환 감소로 인한 의료비와 작업손실률 등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질환의 심각성, 그리고 국가 지원의 타당성에 따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했다.

2013년부터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한 영국의 경우, 실제 진료환경 내 연구에서 임상연구보다 높은 예방효과를 확인(65.3% 감소)했다. 실제 대상포진 발병률도 70세 대상군에서 35%, 71~79세 대상군에서는 33% 감소해 동 기간 동안 1만7000건의 대상포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수많은 대상포진 환자들이 연평균 7.3%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학회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타당성 검토를 신속하게 끝내고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의원들 역시 선거에서의 공약을 이행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환자는 없길 바란다.

김용환 |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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