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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쪽발이·빨갱이… 특정 대상 낮잡아 부른 과거 혐오표현 [행복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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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역사 화냥년·호래자식 표준어화 / 1990년대 빠순이 2000년대엔 개똥남 / 최근 설명충 등 ‘벌레 충’자 붙여 쓰여

세계일보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혐오표현은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특정 대상을 낮잡아 부르며 갈등을 부추기는 단어들이 있었다.

여진족 등 북방 이민족을 멸시하며 이르던 ‘오랑캐’나 일본인을 얕잡아 부르는 ‘쪽발이, 왜놈, 섬오랑캐’는 혐오표현의 원조 격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붙잡혀갔다 돌아온 아녀자들을 비하하는 ‘화냥년’이나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경시하는 말인 ‘호래자식’도 있었다. 이 단어들은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현재는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6·25 전쟁 무렵에는 다른 이념을 지닌 사람들끼리 서로를 경멸하며 부르는 단어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빨갱이’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는 말이다. 반면, 공산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를 ‘반동분자’로 불렀다. 남과 북은 서로를 소련과 미국의 지휘를 받는 꼭두각시로 비유하며 ‘괴뢰’로 표현하기도 했다.

1980년대 못생긴 사람을 우습게 표현하는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줄여 만든 ‘옥떨메’라는 축약어가 젊은이들 사이에 자주 쓰이는 은어였다. 1990년대 말에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가수나 배우들을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빠순이’와 ‘빠돌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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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서는 대중매체를 통해 공분을 산 이들을 비꼬아 만든 단어들이 혐오어로 대거 등장했다. 2005년 지하철역에서 한 여성이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주변 승객에게 욕설을 한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개똥녀·개똥남’으로 불렸다. 2006년에는 “할인쿠폰을 사용해 밥을 사는 남성이 싫다”라는 발언을 한 여배우가 네티즌들의 눈총을 받으며 허영심에 사로잡힌 여자라는 의미의 ‘된장녀’가 널리 퍼졌다.

최근에는 혐오표현으로 벌레를 의미하는 ‘충’을 붙이는 조어법이 널리 쓰인다. ‘맘충, 틀딱충’ 등 널리 알려진 것 외에 영화관에서 휴대전화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반딧불충’, 자전거를 타며 갑작스럽게 도로에 등장해 자동차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는 ‘자전거충’, 불필요하게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설명충’ 등이 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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