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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도쿄 985엔-가고시마 761엔…"생계비 달라 차등적용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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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차등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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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랑 똑같은 최저임금을 지불하라고 하면 저희는 사업을 못합니다. 도쿄에 비해 오키나와는 모든 게 싼데, 같을 이유가 있나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덮밥 체인인 요시노야의 오키나와지사 노무 담당자가 "일본 전체가 동일한 최저임금이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요시노야는 한 끼당 300~500엔 하는 소고기 덮밥이 대표 메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관리가 핵심 과제다. 오키나와 최대 도시인 나하시 요시노야에서는 시간당 800엔을 지급하고 있다. 같은 요시노야지만 도쿄 지요다구에서는 시간당 임금 1100엔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택배에서는 동일 업무를 하는 도쿄와 가고시마 직원 임금이 50%나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편의점 1위인 세븐일레븐도 도쿄와 가고시마 지역 간에 23%가량 차이를 두고 있다.

일본 최저임금은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지역최저임금'과 지자체별로 특정 업종에 대해 적용하는 '특정최저임금' 등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지역최저임금은 정부가 참여해 47개 광역지자체(도도부현)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인상폭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이를 기반으로 각 지자체가 소폭 조정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는 이달부터 앞으로 1년간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이 985엔으로, 최저인 가고시마(761엔)에 비해 30%가량 높다. 특정최저임금은 광역지자체별로 정한다. 지역 내 업종 노사가 합의해 신고하면 적용된다. 현재 지자체별로 2~9개 업종을 지정해 일본 전체로는 총 232개다. 최고액은 도요타 등이 있는 아이치현 철강업(941엔)으로, 최저인 미야자키현 육가공업(687엔)에 비해 36%가량 높다.

최저임금에 차등을 둔 것은 역설적이지만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우메무라 쇼스케 후생노동성 최저임금과 지도계장은 "지역별 생계비가 다르고 기업의 지불 능력이 다른 점을 고려해 차등화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률적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임금 지급 여력이 낮은 지역 기업, 중소기업이 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노우에 히로미 아이치노동국 임금지도관은 "특정최저임금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노조가 없는 소기업 근무 직원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지역업종 최저임금이 모두 있는 경우에는 둘 중 높은 쪽 적용을 받는다. 지역업종별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에는 일손 부족으로 지역최저임금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3년째 3%) 미야자키 육가공업처럼 상황이 역전된 경우도 전체 중 17%인 32개나 된다.

지역·산업별 차등 최저임금에 익숙하다 보니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기업에는 전국 동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위험 요인으로 꼽힐 정도다. 최근 한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한국대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최저임금이 2년 연속으로 10% 이상 오른 사실 자체를 본사에서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최근 3년간 지역별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은 '급격히' 올라 연 3%씩 올랐다. 올해 16.4%에 이어 내년 10.9% 오르는 한국에서 일본 기업인들이 느낄 당혹감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정부에서는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이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가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낙인효과를 막기 위해 전체 지자체를 4개(A~D)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그룹별 1~2엔 차이를 둬 23~27엔 인상을 제시했다. 이러한 지역별 차등화가 최저임금을 더 끌어올리는 효과도 가져왔다. 올해 전체 47개 지자체 중 절반가량인 23개 현에서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더 높은 폭의 인상(24~27엔)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이 더 높다면 지역에 인구 유입을 늘릴 수 있어서다.

일례로 최저 인상폭(23엔)을 권고받은 오키나와, 가고시마, 오이타 등 총 8개 현 중 가고시마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현이 후생노동성 가이드라인보다 2엔 많은 25엔 인상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가이드라인보다 1엔 올리는 데 그친 가고시마현이 16년 만에 '전국 꼴찌'가 됐다. 가고시마현 노동국 담당자는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다 보니 지자체별로 1엔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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