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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체코의 親기업 실험…유럽 1등 `일자리 천국`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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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체코 노쇼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작업자들이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인 i30 N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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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경제가 워낙 좋아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공장은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노쇼비체라는 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다음달이면 양산 10주년을 맞는 이곳은 체코 정부로서는 의미가 큰 공장이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인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몰락한 철강도시였던 노쇼비체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직접고용 인원 3200명뿐만 아니라 동반 진출한 19개 협력업체 고용 규모가 7000명을 넘어선다. 지역 경제가 되살아난 것은 물론이고 현대차를 향한 체코 국민의 사랑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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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의 어두운 터널을 지난 체코 경제는 지금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률은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2.3%를 기록했다. 프라하 등 대도시는 실업률이 1%대까지 내려갔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고용 악화가 최대 문제인 우리 경제와는 완전 딴판인 셈이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체코 실업률은 전 세계에서 하위 18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함께 최저 수준이고,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다. 지난 7월 EU 28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6.8% 수준이다. EU 국가 중 체코 다음으로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독일(3.4%)과의 격차도 1%포인트 이상일 정도다. 낮은 실업률 때문에 기업 간 구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라하 시내 곳곳에서 기업들의 구인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내를 지나다니는 버스나 트램에도 상품 광고보다는 구인 광고가 더 눈에 띌 정도다.

10%대 실업률이 낯설지 않은 EU 지역에서 체코가 이렇게 탄탄한 경제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법인세율이 19%로 EU 국가 평균(약 22%)보다 낮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금액의 25~45%에 달하는 투자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거나 임금 보조, 교육 비용 지원 등 당근 정책도 함께 제공된다.

양동환 현대차 체코생산법인장(전무)은 "현대차 체코공장은 체코에서 일곱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라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다양한 포상을 통해 격려하고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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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과 안정된 물가도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체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평균 임금은 3만1851코루나(약 160만원)로, 인근 국가인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보다 10~20% 높지만 독일 등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물가상승률은 2012년 이후 체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못 미치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2.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FDI는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체코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6년 98억1800만달러, 지난해에도 74억1000만달러의 FDI를 유치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차뿐 아니라 넥센타이어가 2014년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의 투자 결정을 내리고 올해 말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창출되는 고용 인원만 14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근의 구인난이 장기적으로 체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KOTRA 프라하 무역관에 따르면 체코 중소기업 중 40%가 직원 부족으로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임금 상승도 부담이다. 올해 2분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8.6%,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6.2%에 달한다.

[프라하·노쇼비체(체코)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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