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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워메워메 시상에 어짜쓰까"…한글날 전라도 사투리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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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572돌 한글날인 9일 광주시립미술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전라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 한 참가자가 구수한 사투리 경연을 하고 있다. 2018.10.9/뉴스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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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워메워메 시상에 어짜쓰까. 시집가던땨 야그를 인자사 할랑께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징하요야."

572돌 한글날인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전남대 국어문화원이 주관한 대회에는 50~70대 할머니, 할아버지 8명이 참가해 걸쭉한 입담을 뽐냈다.

전라도에서 한 평생을 살아온 그들에겐 일상 언어가 사투리였고 사연이 곧 대회였다.

대회 참가를 위해 일부러 '씨뻘건' 한복 저고리를 꺼내 입었다는 나정임씨(71)는 '옛날 그 시절 어쩌고 살았는가 모르것소'를 주제로 50년 전 시집살이를 떠올렸다.

"그때 시집을 가서 허벌라게 고상을 해부러써라우. 워메워메, 우리 어메 뭣할라고 날 낳았당가 하고 많이도 울었제. 허구헌날 일허고 한께 배가 고파 잠이 안오고 딱 죽것시야. 나가 배고플 때 묵을라고 쌀 한 줌을 치마팍에 폭 숨겨놨쩨라. 징허게도 오집디다."

덤덤하게 말하다가도 "지금 같었으믄 기냥 이혼해부럿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객석에선 "그라제~"라며 맞장구를 치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나씨는 "외래어 하나 섞이지 않은 우리말, 그것도 사투리이기 때문에 슬픈 이야기도 재미나게 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이라는 송모씨는 '진지들 자셨소'라는 전라도 인사를 시작으로 '소 풀뜯기다 벌떼에 쏘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남 고흥이 고향이라는 류모씨는 '새내끼 꽈서 덕석 맨들었소'를 주제로 어린 시절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밖에 조모씨는 '열일곱살 가시나 때의 추억'을, 최모씨는 '그때는 겁나게 고생했당께라' 등을 주제로 진한 사투리를 뽐냈다.

이날 대회는 572돌을 맞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남대 국어문화원이 마련했다. 행사에 앞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도 열렸다.

외국인 말하기 대회에는 중국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유학생 9명이 '정이 많은 나라 한국' '한글이 좋아요' '한국이 좋아요' '한글의 우수성' 등을 주제로 '한국말 솜씨'를 뽐냈다.

손희하 국어문화원장은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는 광주 시민들이 앞으로도 우리말을 더욱 바르게 가꿔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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