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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미국 11·6 중간 선거 전망, 북한에 물어보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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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세 땐 북미관계 악화 우려… '北비핵화' 위장쇼 비판론 비등

미국에서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 선거가 11월 6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을 유지할지, 아니면 민주당이 의회를 탈환할지 미국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 선거전 추이를 가장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국가가 북한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인가, 북한에 물어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이 이번 선거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미 캔자스주 토페카의 선거지원 유세 도중 팔뚝을 만들어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의 승리를 기원하는 북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을 악몽의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다. 만약 야당인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 또는 상·하 양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 의회의 영향력이 향상돼 북한이 트럼프 정부와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빅딜을 타결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FP가 지적했다. 이 전문지는 “민주당이 상·하원 중에서 한쪽이라고 다수당을 차지하면 북·미 간 협상을 백지화하려고 들 것”이라고 민주당 의원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전문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있고, 상원의 다수당 지위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중간 선거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더는 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의회로 인해 손발이 꽁꽁 묶이는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고 북한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리 연구원과 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 부정 선거를 공모한 혐의로 탄핵당할지도 모른다고 북한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스캔들로 인해 마비되는 사태도 우려하고 있다고 이 전문지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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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정은-트럼프 브로맨스

세계 각국은 모두 미국 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북한처럼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국가도 미국의 선거전을 추적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 결과가 자국의 대외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이번 선거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FP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최초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과 직접 협상에 나섰고, 북한에 하기 힘든 양보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지지자들에게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존 대외 정책을 뒤덮어 그의 핵심 측근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진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와 협상에 나서면서 미국인 인질 석방, 한국전 당시 미군 유해 송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양보 조처를 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지 않고 있고,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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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테네시 주 존슨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 의회의 불만

미 의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위장 쇼를 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보좌관은 FP에 “우리가 거짓 합의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겉치레에 갈수록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백악관은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의회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 보좌관은 “의원들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 상원 외교위의 보브 메넨데즈 민주당 간사와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협상에 대한 의회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현재 상원 외교위에 계류 중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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