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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댄싱 퀸’ 떼창하며 춤추고…영화관, 노래방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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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산국제영화제 딸림행사 ‘커뮤니티비프’ 현장

맥주 마시며, 수다 떨며, 춤추며 영화 관람

남포동 신문지 골목파티 추억하는 ‘시네객잔’

관객들이 기획하는 ‘커뮤니티 시네마’도 진행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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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조용히 영화 보는 자리가 아닙니다. 노래방이라 생각하고 노래 따라 부르고 흥이 나면 일어나서 춤춰도 좋습니다.”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예술감독의 안내 멘트에 이어 <맘마미아 2> 상영이 시작됐다. 아바 노래를 토대로 한 뮤지컬 영화다. 스크린에선 ‘댄싱 퀸’, ‘워터루’, ‘맘마미아’ 등 노래가 나올 때마다 따라 부르기 쉽게 영어 가사를 우리말로 소리나는 대로 적은 자막이 떴다. 앞에서 부산영상예술고 학생들이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띄웠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관객들도 어느새 분위기에 빠져들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때때로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8일 저녁 부산 중구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열린 이색 상영회는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액티비티 시어터: 쇼타임’이다. 액티비티 시어터는 일반 극장과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함께 마음껏 떠들며 영화를 보는 ‘비프랑 키즈랑’,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며 밤새 영화를 즐기는 ‘취생몽사’도 진행됐다.

커뮤니티비프는 5~10일 열리는 영화제 부대행사다. 영화제 대부분의 행사가 해운대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부산 원도심인 남포동 인근 동광동·중앙동에서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남포동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해를 거듭하며 남포동은 영화제를 상징하는 지역이 됐다. 하지만 2011년 해운대 영화의전당 완공 이후 영화제 모든 행사는 해운대에서만 열렸다. 커뮤니티비프는 영화제가 처음 열린 지역으로 돌아감으로써 초심을 되새기고 원도심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 마련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직장 동료들과 <맘마미아 2>를 본 장인철(56)씨는 “영화 보며 노래하고 춤도 추고, 너무 재밌었다. 남포동 시절 영화제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여기 와서 그걸 떠올렸다. 관객이 주체가 되는 행사라 더 뜻깊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저녁 중앙동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에선 남포동 골목 파티를 추억하는 ‘시네객잔’ 행사가 펼쳐졌다. 40계단은 이명세 감독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살인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남포동 시절 영화제 때는 술집들이 일찍 문을 닫아 영화인들이 골목에서 신문지 깔고 술판을 벌이기 일쑤였다. 이날 행사에선 영화인들과 시민 200여명이 왁자지껄 모여 그 시절을 안주 삼아 술잔을 비웠다.

5~10일 40계단 앞 초소형극장인 모퉁이극장,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등에선 ‘커뮤니티 시네마’가 열렸다. 관객이 직접 기획해 여는 영화제 안 작은 영화제다. 영화 동호회나 소모임이 스스로 준비한 상영회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조원희 예술감독은 “커뮤니티비프의 핵심 콘셉트는 관객 참여다. 내년에는 온라인으로 커뮤니티 시네마 신청을 받아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7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선 영화를 상영하면서 감독이 직접 해설하는 ‘마스터 톡’이 열렸다. 예컨대 이명세 감독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40계단 살인 장면 대목에서 촬영 당시 뒷얘기를 해주는 식이다. 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낮은 목소리 2>의 변영주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참여했다. 관객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더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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