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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풍계리 核사찰에 IAEA 파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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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정은, 美사찰단 초청"

폼페이오 "곧 보낼 예정"

미국 국무부는 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성과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해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할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5월 전문 사찰단 없이 외신 기자들만 부른 상태에서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한 지 5개월 만에 미국 사찰단을 초청한 것이다. 미·북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을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로 삼으려 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풍계리 사찰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사찰과 폐기를 전제로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기자단에 "수송 문제를 정리하는 대로 풍계리에 사찰단을 보낼 것"이라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도 사찰단 파견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풍계리 사찰'을 '중대한 진전'으로 표현한 데는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풍계리는 5개월 전에 이미 폭파돼 사찰 가치가 떨어지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엔 사용 가치도 다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5개월前 폭파된 이곳, 미국이 가서 본다 -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24일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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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향후 핵 신고·검증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우리는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진정성을 보였는데 왜 이를 평가해 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것이 미국에 전달됐고, 미국도 풍계리 사찰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프로세스의 기점(起點)으로 여겨 수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풍계리에 우선 미국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국제적 사찰·검증에 익숙해지면 풍계리와 동창리 외에 영변 등 전체 핵 시설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풍계리 갱도가 정말 되돌릴 수 없게 파괴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실험한 핵무기 종류·규모를 확인할 만한 시료를 채취할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대한 진전"을 말한 것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북 간의 협상 내용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8일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은 풍계리, 동창리, 영변 핵 시설은 물론 핵 신고·검증 프로세스 전체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도 핵 신고·검증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표명했는데, 양측이 발표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고도 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뒤 발표된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상응 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미·북 간의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은 종전 선언보다는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협상에서 핵 신고·검증과 제재 완화를 두고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 문제가 급한 북한이 정치적 선언인 종전 선언보다 구체적인 제재 해제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빅딜'의 첫 출발점이 풍계리 사찰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풍계리 사찰이 영변을 비롯한 북핵 리스트 신고와 검증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풍계리 사찰만 한 후 핵 신고·검증은 미루는 '지연 작전'을 쓸 가능성도 적잖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정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이 크고 어려운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최고 지도자들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할 지점에 있다"고 했다. 결국 북한의 핵 신고·검증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2차 정상회담 전까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에서 각 사안이 얼마나 잘 조율되는지가 문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어젯밤 내 카운터파트(최선희)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만나자는 초청장을 보냈다"며 "우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장소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비건 대표는 "우리는 이제 모든 종류의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의 4가지 요소 모두, 특히 비핵화 문제에 대해 첫 번째 행동들이 취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전날 회동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고 훌륭한 담화"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국 최고 수뇌들 사이의 튼튼한 신뢰에 기초하고 있는 조·미(朝美·북미)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훌륭히 이어져 나갈 것"이라며 "조만간 제2차 조·미 수뇌 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제2차 조·미 수뇌 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 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 내용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수시로 현장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체류해라"는 '현장 체류 사찰'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영변 핵 시설 폐기 때 참관과 함께 ICBM 폐기까지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북한의 요구 사항인 종전 선언, 나아가 평화협정까지 거론된 것 같다"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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