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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전문가들 "갱도 파괴 여부 확인하려면 굴착해봐야… 내부 시료 채취하면 어떤 핵실험 했는지 파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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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굴착공사 허용할지 미지수"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초청하면서 사찰단이 이곳에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북한은 지난 5월 '비핵화 선행조치'라며 전문가 없이 외신 기자들만 불러 놓고 풍계리에서 폐쇄 행사를 가졌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갱도를 완전 파괴했는지 여부에 대해)일단 갱도 내부에 들어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파괴 여부를 검증하려면 무너진 갱도 입구를 굴착 장비로 굴착해야 한다"며 "다른 방법은 핵실험장 갱도 격벽이 있는 지점에서 위에서 아래로 시추하는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처음 허용한 건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지상에 건물이 돌출돼 있어 폐기 과정을 검증할 수 있지만 풍계리는 입구가 폐쇄돼 내부가 완전히 파괴됐는지 검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핵실험 갱도 내부를 폭파해서 산 전체가 주저앉게 되면 완전 폐기가 맞지만 현재 북한은 입구만 폭파한 상태이기 때문에 완전 폐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찰로 북한이 핵실험 때 사용한 물질을 파악 가능한지 여부도 주목된다. 전성훈 연구원은 "어떤 핵실험을 했는지 알기 위해 땅굴을 파고 구멍을 뚫어 샘플링을 하면 플루토늄탄이든 수소탄이든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핵실험을 하면 산등성이에 구멍을 뚫어서 시료를 채취한다"고 했다.

김태우 전 원장은 "이미 북한 핵실험을 통해 핵폭발의 파괴력과 수치 등이 기본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굳이 풍계리에 가서 조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검증을 하려면 굴착을 통해 시료를 채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굴착을 하려면 엄청난 공사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허용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사찰단은 지난 5월 기자단처럼 육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간이 많이 지나 정확한 시료 채취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균렬 교수는 "갱도 입구 폭파 이후 2~3개월이면 핵물질이 다 날아가고 5개월이면 흔적이 깨끗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폭파 전에 전문가들이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갱도 내부에 들어가 측정하면 핵폭탄의 위력, 헬륨4 같은 핵물질을 검증할 수 있지만, 비 오고 태풍 불고 물증이 다 날아갔기 때문에 사찰단을 부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성훈 연구원은 "북한이 설사 굴착을 허용한다고 해도 미국은 북한의 핵탄두 설계나 디자인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시료를 채취해도 핵실험에 사용된 핵물질과 핵 능력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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