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외교라인 회담·오찬 불참
"北, 미국과 협상 기싸움 위해 일부러 카운터파트 배제한 듯"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訪北)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오찬 등의 일정에서 북한 외교 라인이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와 북한 노동신문 등은 8일 김정은과의 회담 장면을 비롯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간의 회담에 북측에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여성 통역 1명이 배석했다. 폼페이오-김정은 오찬에는 김여정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때는 김영철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나와서 영접했다. 북한 외교를 담당하는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사진〉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아예 폼페이오 방북 전(全) 과정에서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외교 라인의 '전면 실종'은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5월과 7월 폼페이오 장관의 2, 3차 방북 땐 김영철과 리용호가 함께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그를 맞이했다. 3차 방북 당시 김영철이 이끈 고위급 회담엔 최선희나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등이 함께 배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북한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군부 출신 '강경파' 김영철 대신 리용호 등 외교 라인을 협상 파트너로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이 고의로 이들을 모든 일정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은 "미국은 묵시적으로 김영철 대신 리용호·최선희 등을 카운터파트로 내세워 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북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협상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영철이 오찬에만 참석하고 폼페이오-김정은의 회담엔 배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 센터장은 "김정은이 이슈를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한편 미국의 '김영철 기피 정서'를 그나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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