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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폭염 탓?… 올해 학교 급식으로 5361명 식중독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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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건 발생… 사고 건수 역대 최다

음식점서 탈 난 환자보다 4배 많아

조선일보

올해 전국 학교 급식 식중독 발생 건수(121건)가 학교 급식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다. 식중독에 걸린 학생도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5361명이었다. 가을·겨울철에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이어지면 학교 급식 식중독 환자가 가장 많았던 2006년(6992명)에 근접할 우려가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유재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여 곳 급식소에서 식중독이 발생한 건수(121건)와 전국 음식점 67만 곳에서 식중독이 발생한 건수(144건)가 거의 비슷했다. 또 학교 급식을 먹고 배탈 난 학생(5361명)이 음식점에서 탈이 난 사람(1314명)의 4배가 넘었다.

올해 9월 한 경기도 식품 제조업체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케이크)을 먹고 전국 학생 2207명이 배앓이를 한 일이 가장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사건을 제외하고도 전국 학생 3154명이 학교 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

학교 급식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2003년 이래, 2004년을 제외하면 학교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환자는 음식점에서 배탈 난 사람의 1~3배 수준을 유지했다. 올여름 폭염이 닥치긴 했지만, 식품 보관이 어려워진 건 음식점과 학교 급식이 똑같은데 유독 학교 급식 사고만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식약처와 교육부는 둘 다 "케이크 식중독 사고 외에 특별한 원인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3년간 민원 정보 분석 시스템에 들어온 학교 급식 관련 민원 1385건을 분석한 결과, 위생 관리에 대한 불만이 네 건 중 한 건꼴(23%·315건)이었다. 그중엔 학교 급식에서 벌레·비닐 같은 이물질이 나왔다는 민원이 113건이나 됐다. 식중독이 발생한 뒤에야 해당 식품을 제조한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식의 '뒷북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교 급식 식중독 사태는 예방하기보다 일단 사고가 터지고 나서 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장에서 음식을 안전하게 가공하고 있는지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위생 관리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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