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추계… 국민 1인당 711만원
2014년 361조, 국내총생산의 24%
여성 1인당 1077만원, 남성의 3배
집안일의 금전적 가치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만큼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8일 내놓은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가계 구성원이 대가 없이 집안일을 하며 창출한 가치는 361조 원으로 5년 전인 2009년보다 90조 원(33.3%) 증가했다. 이는 통계청이 음식 준비, 세탁, 청소, 장보기 등 59개 행위로 분류한 무급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것으로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른 1인당 평균 가사노동 시간(하루 평균 2시간 15분)에 만 15세 이상 인구 수와 직종별 대체임금을 곱해 산출됐다. 정부가 가사노동 가치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기준 전체 무급 가사노동(361조 원)에서 여성은 273조 원, 남성은 88조 원어치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평가액은 연간 711만 원이었다. 여성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연간 1077만 원으로 남성(연간 347만 원)의 3.1배 수준이었다. 이는 노동시간과 노동자 수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무급 가사노동 가치에서 남성의 노동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20.1%에서 2014년 24.5%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의 노동 가치 비중은 79.9%에서 75.5%로 감소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가사노동의 총가치는 1999년 145조 원에서 2014년 361조 원으로 급등했다. 가사노동 가치의 GDP 대비 비율은 1999년 25.1%에서 2004년 23%로 감소한 뒤 증가세를 보여 2014년에는 24.3%에 이르렀다.
이날 통계청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본보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월급 기준으로 190만 원, 연봉 기준으로는 2315만 원이었다. 이는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나타난 전업주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6시간)에 가사노동 시급(1만569원)과 근로기간(월간 30일, 연간 365일)을 곱한 것이다.
김대유 통계청 소득통계개발과장은 “사회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가사노동에 대해 공식적인 측정이 이뤄진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소득통계를 보완하고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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