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
“스타 선수는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 속설이 있다. 스타 선수는 자신이 잘하는 것 위주로만 바라보고, 다른 선수가 왜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양한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팀을 이끌기 어렵다는 논리다. 핵심은 공감 능력에 있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고의 선수였다. 리그 11년간 MVP 3회, 골든글러브 6회, 트리플 크라운 4회, 평균자책점 1위 8회, 다승왕 4회 등 화려하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무려 1.20이었다. 그가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팀은 기가 죽었다. ‘국보급 투수’ ‘나고야의 태양’ 등 별명도 급수가 달랐다.
그런 선동열도 감독으로는 선수 때만 못했다. 프로야구 삼성 사령탑 시절인 2005, 2006시즌에 연속 정상에 섰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탔다. 고향 팀 KIA에서 성적도 부진했고 선수의 병역 문제에 부적절하게 개입해 2014년 말 재계약 사인 직후 자진 사퇴했다. 선수 때와 달리 폭투(Wild Pitch)의 연속이었다. 선수들의 마음도, 팬들의 마음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거듭된 졸전과 일부 선수의 병역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다. 모처럼 강속구로 삼진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심판이 ‘부정 투구’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뒤늦게 “성적만 생각했고 청년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경기에 대한 비난은 온전히 선 감독 혼자의 몫일까.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투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 투수는 포수가 리드한다. 그래서 야구에서는 투·포수를 묶어 ‘배터리’라고 부르고 그들의 호흡에 승패를 맡긴다. 선동열은 투수였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는 포수였다. 투수가 흔들리면 포수가 마운드로 달려가서 힘을 모으는 게 보통이다.
포수도 투수와 다를 바 없었다. 포수는 공을 빠뜨리는 실책(Passed Ball)을 거듭했다. 논란이 된 선수가 대표팀 명단에 포함될 때 문제점을 간과했다. 올 초 평창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선발 때 ‘과정의 불공정’에 민심이 어떻게 분노했는지 봤을 터였다. 아시아경기 직후 비난 여론이 정점일 때 사과 타이밍을 놓쳤다. 뒤늦게 사과 자리를 마련했지만 “아시아경기 뒤 관중이 감소하는 건 늘 있었던 일”이라는 말로 오히려 불을 댕겼다. 정 총재 역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아시아경기 논란은 배터리의 합작품이었다.
팬들은 투수 교체(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선 감독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내년 가을까지는 국가대표 경기가 없는데 선 감독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지 문제다.
정 총재도 팬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험로를 통과해야 한다. 프로야구 관중 수를 회복하기 위해 팬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선수들 몸값을 줄이기 위해 선수협의회와 교섭을 해야 하고, 넥센 히어로즈의 정상화를 위해 기업인들과 담판을 벌여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팬들과 공감을 통해 아시아경기부터 잘 풀었더라면 적잖게 진도를 낼 수 있었던 문제들이다. 그런데 아시아경기 논란이 프로야구를 휩쓸면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공감이 이렇게 무섭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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