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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오래전 ‘이날’]10월9일 MB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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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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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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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9일 이명박 대통령, 국가정체성 차원 교과서 개편 강행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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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습니다.

10년 전인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지 채 1년도 안 돼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거대한 촛불의 물결 앞에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위태로운 시절, 이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 뿌리가 매우 깊고, 매우 넓게 형성돼 있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라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2008년 10월8일 재향군인회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은 “배고픈 북한 민족을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과 이념적으로 북한 세력에 동조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며 “같은 동족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빙자하고, 좌파세력이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좌파세력이 북한 세력과 체제를 옹호하는 이념 갈등을 일으키면서 국가 정체성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교과서 문제도 잘못된 것은 정상적으로 가야 한다”며 “대한민국 민주화, 산업화가 성공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비판적·부정적으로 써놓고, 오히려 북한의 사회주의가 정통성 있는 것 같이 돼 있는 교과서가 있는데 있을 수가 없는 사항이 현재 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고, 바로 평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2015년 10월 박근혜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통해 발표한 ‘국정 교과서’의 씨앗이 된 발언입니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의 내용 편향성 및 각종 오류 등으로 비난 여론에 부딪혔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개 시·도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불채택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결국 2016년 12월 국정 역사교과서의 학교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했죠.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곧바로 폐지됐지만 말입니다.

남북관계가 경직돼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남북관계는 경직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관계로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줄 것은 주더라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명박정부가 그린 ‘정상적이 남북관계’는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관계”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정상적인 관계’는 끝내 이루어지 못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전 정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이산가족 상봉이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도 끊기고 말았습니다.

촛불을 들고 모인 100만여명의 국민들을 ‘명박산성’으로 막고 물대포를 뿌리던 이 전 대통령. 그의 눈에는 그 백만의 촛불이 교과서를 고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며 몰아내야 할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으로 보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1998년 10월9일 주제 사라마구 노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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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5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파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논란에 휘말리자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노벨상 수상자로 신문 지면이 시끌시끌하기 마련입니다. 20년 전 이날 경향신문 1면에는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가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실었습니다. 포르투갈어권 최초의 노벨 문학상수상 영예를 안은 사라마구는 한국 독자들에게 ‘눈 먼 자들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한림원은 “상상력과 열정, 해학으로 가득찬 그의 우화들은 덧없는 현실을 손에 잡힐듯 그려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경향신문은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사라마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사라마구는 ‘이 시대의 작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세상이 변해가는데 작가가 이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늘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작가에게 상황을 구원해줄 것을 원하지만 작가도 역시 한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요.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어 작품이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포르투갈이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1세기가 걸렸다. 아마도 포르투갈이란 나라에 대한 관심 때문에 나에게 상을 준 것 같다. 앞으로도 포르투갈이 점점 중요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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