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된다. 가령 어떤 제도를 도입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이와 별개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 등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일 매일경제와 서울대 기업사회적정당성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혁신성장과 기업 지배구조 토론회'. 이날은 최근 업계 화두로 거론되고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대한 각계각층의 설전이 이어졌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재벌 기업의 경영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학계와 정·재계 관계자들이 갖고 있던 공통된 생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한 당위성이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차등의결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국내 경제 상황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었다.
이날 패널 토론자 가운데 반대에 가까운 의사를 표현했던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혁신성장을 위해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주는 것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전제조건을 단 뒤 "다만 이는 창업자에 대한 경영능력 신뢰의 대가이기 때문에 이를 매각하거나 상속한다면 차등의결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차등의결권 남용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가 있다면 제도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란 얘기다. 일례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나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상속 시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중도에 가까운 발언을 했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소수 지분을 갖고 회사 전체를 지배하는 우리 재벌의 문제와 관련해 차등의결권이 이를 권장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장기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창업주(대주주) 등 진성 주주에 대한 의결권 우대 정책은 분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같은 정세를 보고 있자니 교통사고가 걱정돼 자동차 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안전벨트를 매고 자동차 속도를 줄이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증권부 = 고민서 기자 esms46@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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