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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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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환하고 시끄러운 잠자리, 생체리듬 파괴…잠들기 1시간 전 백열등 on, 휴대전화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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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밝은 빛 쬐면

수면 유도하는 멜라토닌↓

뇌 각성시키는 코르티솔↑

60㏈ 이상 소음엔 잠 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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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음 없어야 숙면

지난해 불면증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 수는 약 56만 명이다. 2013년 약 42만 명에서 매년 8%씩 증가 추세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휴대전화 등 수면을 방해하는 빛과 소음에 24시간 노출되는 현대인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매일 반복되면 여러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우울해지며 혈압 상승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빛과 소음으로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다. 빛과 소음 공해에서 벗어나 건강한 수면 환경을 되찾는 방법을 알아봤다.

맞벌이인 40대 김모씨 부부는 매일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잠이 든다. 자기 직전까지 각자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TV를 보는 게 일상이다. 과격한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다음 날 아침이면 일어나기가 힘들고 오전 내내 묵직한 피로감이 짓누른다. 이는 A씨 부부가 잠들기 전 과도한 빛과 소음에 노출돼 생긴 것일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원인 모를 불면증과 피로가 사실은 최악의 수면 환경 때문일 수 있다”며 “강한 빛 등으로 생체시계가 뒤로 밀리면 신체 각성 상태가 지속돼 밤에 잠이 안 오고 다음 날은 피로에 시달리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수면-각성주기 지연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다른 불면증과 달리 수면 환경과 생활습관만 고쳐도 증상이 크게 나아질 수 있다.

빛이 수면을 방해하는 원리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됐다. 원래 우리 몸은 해 질 무렵부터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생성해 잠잘 준비를 한다. 그런데 늦은 저녁까지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량이 줄고 잠을 깨우는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각성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불을 끄고 누워도 뇌가 깨어 있으니 잠이 오지 않고 잠자는 중에도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디지털 기기, TV의 청색광이 수면 방해

노출된 빛이 셀수록 잠들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헌정 교수팀은 25명의 국내 남성을 대상으로 잠자기 전 4시간 동안 각각 약한 빛(150룩스)과 강한 빛(1000룩스)을 주고 각성 호르몬(코르티솔) 분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며칠간 지켜봤다. 150룩스는 은은한 백열등, 1000룩스는 사무실 형광등 정도의 밝기다. 실험 결과, 강한 빛에 노출된 사람들에서 코르티솔 분비 주기가 약 4시간씩 지연되는 것이 관찰됐다. 약한 빛을 쬔 그룹은 자정 무렵 코르티솔 농도가 가장 낮아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8시 코르티솔 농도가 최고치를 찍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 빛에서는 달랐다. 이 교수는 “강한 빛을 본 뒤에는 자야 할 새벽에도 코르티솔이 분비돼 잠을 못 자고 다음 날엔 점심시간이 돼서야 코르티솔 분비가 정점을 찍었다”며 “바로 이것이 오전 내내 머리가 묵직하고 피로에 시달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색깔에 따라 수면을 더 방해하는 빛도 있다. 휴대전화·태블릿PC 같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이나 LED 조명의 강한 빛(청색광 비율이 높음)은 노란색·주황색 백열등보다 잠들기 어렵게 한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많은 청색 계열의 빛이 멜라토닌을 덜 생성시켜 잠을 방해하는 탓이다.

잠들기 전 신체를 ‘수면 모드’로 전환하는 데 빛이 큰 영향을 준다면, ‘소음’은 잠드는 과정을 방해한다. 세계보건기구(WHO)·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0㏈(거실 냉장고 소리) 이상의 소음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60㏈(성인의 대화 소리)부터는 수면을 방해한다. 하지만 해외 여러 연구에서는 뇌의 각성이 이미 30~35㏈의 낮은 소음부터 시작된다고 보고한다. 자려고 누웠을 때 가족이 TV 보는 소리, 코 고는 소리,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음 등이 모두 수면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잠든 뒤에도 소음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수면에는 주기가 있는데 처음 2~3시간 동안은 혈압·심박수가 떨어지며 육체 피로가 회복되고 이후에는 정신 피로가 회복된다”며 “소음 때문에 중간에 깨는 등 잠에 방해를 받으면 잠든 순간에도 심신이 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한참 잔 뒤 깼을 때 정신이 몽롱하고 개운치 않은 것도 소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 교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침실에서 소음을 아예 없애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물론 가습기·공기청정기 등의 ‘백색소음’이 잠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파도·비 소리처럼 심리적 안정을 주는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자극을 줘 숙면을 유도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하지만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주 교수는 “백색소음 등은 잠잘 때보다 낮 시간 동안 업무 집중력·기억력 향상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은은한 노란빛 내는 조명이 숙면 도와

건강한 수면을 원한다면 자는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잠자리에 들 시간을 계산한다. 전문가들은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을 7시간에서 7시간 반으로 꼽는다. 오전 7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전날 밤 11시30분~12시에는 누워 있어야 한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부터는 밝은 형광등보다 따뜻한 노란빛을 내는 은은한 백열등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최근에는 전력 효율을 높이고 백열등과 비슷한 색온도로 청색광을 줄인 LED 조명도 나왔다. 잠잘 때는 암막 커튼을 쳐 빛을 완전히 차단한다.

‘백색소음’ 수면 유도 효과는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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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TV 등 빛과 소음을 동시에 방출시키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다.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새벽녘에 자다 깼을 때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다시 켜는 것은 피한다. 다시 눈에 청색광 자극을 주는 건 ‘이제 아침’이라고 뇌에 이야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백색 가전의 소음은 집중력을 향상시키지만 불면증 치료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으므로 침실에서는 대부분의 소음을 제거한다. TV·라디오를 켜둔 채 잠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족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 소음 방지 귀마개를 하거나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는 편이 낫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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