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노인, 빈 일자리①] 남구로역 인력시장의 풍경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6명이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고령층 일자리는 빈곤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고령층 인력시장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남구로역 노가다' 바늘 구멍인 빈곤 노인들 (계속) |
남구로역 근처에서 일감을 구하는 인파가 새벽부터 밀려있다.(사진=김명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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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을 걸 어렵지 않게 짐작했던 노인 구직자들의 흰머리엔 새벽이슬만 내려앉기 일쑤다.
지난달 28일 새벽 취재진이 찾은 지하철7호선 남구로역은 오전 4시부터 3시간 동안 수백명이 북적였다.
"40~50대가 대부분"이라는 게 근처 인력중개사무소 직원의 말이지만, 겉보기에도 환갑을 넘겼을 흰머리 어르신들이 더러 보였다.
자전거로 30분 달려와 출석 도장을 찍는다는 김모(65)씨는 이곳에서 일을 얻어가는 게 하루 걸러 한 번꼴이라고 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한텐 일거리가 적다. 작은 현장에선 받아주는 곳도 있지만, 일을 못 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그가 말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박모(66)씨에게도 일감 따기는 '별 따기' 같다. 박씨는 "사고 난다고 나이 먹은 사람을 안 쓰더라.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나이를 떠나서 다들 어려운 사정인데도 그렇다"고 했다.
가까스로 일을 따도 중개수수료를 떼고 받는 돈은 10만원이지만, 그나마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하루살이의 벌이라고 한다.
오전 6시를 넘겨 공사현장으로 인력을 나르던 승합차가 자취를 감추자 허탈해진 노인 구직자들은 지하철로 이른 귀가를 한다.
새벽부터 1시간 반을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는 정모(65)씨는 "오늘은 아닌가 보다"고 했다.
정씨는 "공공일자리 같은 것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루 일해서 몇 푼이라도 갖고 가야 생활비도 충당하고 집에서도 좋아라하는데"하며 허허 웃었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자 일감을 구하지 못한 몇명만이 길 위를 서성이고 있다.(사진=김명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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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루를 공친 지모(55)씨는 옆의 정씨를 보며 "안됐다"고 했다.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요즘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노인 분들이 엄청 나온다"며 혀를 찼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노인의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더 하는 이유로는 생활비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712만 명으로, 고령사회의 기준인 전체의 14% 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곤 문제도 계속돼 이들 중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위치한 비율, 즉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 2016년 기준 43.7%에 달했다.
고령층의 빈곤 문제가 악화하는 것과 동시에 실제 생활비를 벌기 위한 빠듯한 일 구하기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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