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회피대상이었다. 절차가 불편하다는 인식과 법원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회생법원보다 소규모 지방법원 파산부를 선호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종 회생절차가 차례로 각광을 받으면서 법원을 찾는 기업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법정관리 'P플랜' 등으로 회생한 기업들의 사례가 주목 받으면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문의하러 가는 기업들이 최근 늘었다"고 했다.
27일에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현대ㆍ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해온 주식회사 다이나맥이 ARS 절차를 밟기로 하고 회생절차개시를 다음달 29일까지 보류했다. 다이나맥은 지난달 27일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채무 변제 금지 등 '보전 처분'과 채권자들이 강제로 채무 기업에 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포괄적 금지명령'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다이나맥과 채권자들 사이 ARS프로그램 적용에 관한 협의가 시작됐고 지난 14일 1차 회생 절차 협의회를 열고 법원은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했다. 앞으로 다이나맥은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 달 5일 2차 회생 절차 협의회도 한다.
ARS는 회생절차 신청 후 개시 결정 사이에서 기업의 자율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제도다. 자율 구조조정이 성사되면 회생절차는 하지 않는다. 이때 회생절차는 최장 3개월까지 보류할 수 있다. 회생법원은 지난 7월부터 기업의 성공적인 회생을 위해 ARS를 시범 실시했다.
ARS는 법원의 관리를 받는 회생절차 전에 기업에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의의가 있다. 채무자와 기업 관계자들이 회생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내실을 다질 수도 있다. 법조계는 이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ARS에 따르면 채무자는 상거래채권 변제도 할 수 있는 등 정상영업을 하면서 주요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사적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할 수 있고 회생절차개시에 따른 낙인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안이 최종 타결되면 회생신청을 취하함으로써 회생신청이 없던 상태로 돌아가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사전계획안 마련 등 방법으로 신속한 회생절차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P플랜'도 같은 효과를 내며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그에 따라 법원의 심리ㆍ결의를 통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회원제 골프장 레이크힐스순천은 지난 4월 골프존 자회사 골프존카운티에 매각하는 회생계획안이 실현되면서 P플랜의 첫 성공 사례가 됐다. 이후 양평TPC골프장 운영업체인 대지개발, 주식회사 버드우드 등이 P플랜을 인가 받는 등 유사 사례가 연이어 나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회생절차가 시행될 예정이다. 회생법원은 지난해 3월 국내 첫 회생·파산 전문법원으로 설립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를 확대 개편한 법원이다. 지난해 3월에 기업회생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독립했다.
출범 초기부터 새롭고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시행해서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P플랜, ARS에 앞서서도 설립초기에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를 도입하기도 했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인수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경쟁입찰을 실시하는 법정관리 기법이다. 만약 경쟁입찰 참여자가 예비인수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다시 예비인수자에게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다. 스토킹호스는 예비인수자를 정한 뒤 공개경쟁입찰에 들어가므로 M&A가 무산될 가능성이 적어 최근 많은 기업 회생사건에 사용되고 있다. 회생법원은 스토킹호스, P플랜 등을 연계할 수 있는 회생절차들도 시도하면서 기업들에 여러 방향의 회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행 제도들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다양한 절차들을 연구,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로펌들도 회생절차에 전문화된 인력들을 확보해 기업들의 회생을 돕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