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지원 감소, 연금 평균 57만원
고령자들 ‘먹고살려’ 일자리 찾아
노인 고용률 OECD 중 최고지만
단순노무직에 몰려 큰 도움 안 돼
모은 게 없어 … 노인 33%가 일하는 나라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60(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서 노인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 행사는 115개사가 장·노년 구직자 1238명을 채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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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령층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률과 빈곤율을 동시에 나타냈다.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전반적으로 가난하다는 얘기다. ‘쥐꼬리 연금’에 가족에게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가 임시직·일용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여서 일을 해도 빈곤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를 기록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와 유럽연합(EU)이 EU 회원국 28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공동 산출한 ‘활기찬 고령지표(Active Ageing Index)’와 비교하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EU 최상위권 국가인 에스토니아(15.6%), 루마니아(13.5%), 포르투갈(11.7%)은 10%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이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5.2%다. 65~69세 고용률도 한국은 지난해 45.5%를 기록해 EU 28개 회원국보다 높았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65~69세 고용률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52.3%)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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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구직활동에 내몰린다. 올해 55~79세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비율은 64.1%로 지난해보다 1.5%포인트 늘었다.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이 59%로 가장 많았다. 2014년(541.%)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일하는 즐거움’이 33.9%로 뒤를 이었다.
일하는 노인이 많은데 빈곤 상황에 놓인 고령층도 많다. 한국은 2016년 기준 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이 43.7%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의 소득이 빈곤선(중위소득의 50%에 해당하는 소득) 미만이라는 얘기다. 이 비중은 유럽 28개국보다 크게 높았다.
이재원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고령층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일자리가 없는 고령층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연금 수급률도 40%대에 그치고 있다”며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에 우리 사회가 아직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며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인이 일해도 빈곤층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55∼79세 취업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은 단순노무직(24.4%)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맞춰 미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령층이 은퇴한 뒤 재취업하면 일자리의 질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이를 막기 위한 재교육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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