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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취재후] 김정은 “태극기부대 이해한다”…태극기부대, 분노·희망 뒤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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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덕수궁 대한문 앞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 한 참석자가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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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답방) 태반이 반대하지만…태극기부대 나는 이해한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하며 꺼낸 이 말 한마디의 파장은 컸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덕수궁 대한문 앞 일명 ‘태극기부대 집회’가 열리던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이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꺼내면 원색적인 비난과 말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분노는 김 위원장이 아닌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을 향해 있었습니다.

“과거에 북한이 어떻게 한지 알고 있습니까,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했나, 미국이 검증을 끝냈나, 아직 핵 포기에 대해서 무엇도 검증된 것이 없지 않나, 국민들 젊은이들 현혹되면 안 됩니다”

이날 집회 참석한 분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종합하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언행은 일종의 군사 전략 전술로, 남측 국민들이 이 전략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5년 ‘9.19공 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파기한다.’,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 복귀하겠다.’ 등을 약속했으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2006년 7월4일(현지시각)에 대포동 2호의 1차 발사를 했습니다. 이어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하여, 9·19 공동성명을 공식적으로 파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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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의 핵시설 냉각탑이 2008년 6월27일 오후 폭파되기 전의 모습(오른쪽)과 폭파된 뒤의 모습(왼쪽).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곧 2007년에는 ‘10·4 남북정상선언’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김정일 정권은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사찰 수용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2008년 6월27일 북한이 핵 불능화·비핵화 의지를 내외에 과시한다며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4월5일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5월25일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어서 2010년 11월21일에는 최신식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합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위장평화쇼’ 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이념의 갈등 세대가 되어버린 65세 이상 노인분들의 시각에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비핵화 과정을 불안감과 의심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날 취재가 끝나갈 즈음 자신을 올해 나이 70대 후반이라면서 말을 꺼낸 분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분은 집회 현장 멀리서 태극기를 흔들고 계신 분이었는데 “북한의 비핵화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면서도 “만일 그것만 검증이 제대로 된다면 이런 집회는 물론, 여기에 나온 사람들도 생각을 바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종의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또 그냥 넘어간다면 이제 두 번 다시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내가 봐도 분위기기 좀 다른 것 같다”고 희망을 내비쳤습니다.

이분 뒤에 있던 80의 한 노인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으로 젊은 시절을 다 보냈다”라면서 “당시 인민군들이 총으로 동네 사람들을 쏴 죽였다”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곧 본인의 고향 분위기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이분은 “요즘 분위기 봐서는 정말 통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면서 수차례 통일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나중에는 눈시울도 붉힌 채 미소를 보였는데, 북한에 대한 분노와 회한과 고향의 그리움 통일의 희망 등이 지금 태극기부대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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