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강남구 삼성동 한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몰래카메라. 휴지더미에 덮여 있다. 신고자이자 피해자가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 [사진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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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9시 30분쯤, 홍지혜(가명?23)씨는 평소처럼 서울 삼성동 한 건물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 1층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휴지가 쌓여있는 곳에 눈이 가서” 들쳐 보니 가로세로 3cm 정도의 검정색 몰카가 휴지심에 숨겨져 있었다. 몰카를 설치한 뒤 휴지더미로 덮어둔 거였다.
놀란 홍씨는 남자친구를 불러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확인했고, 자신의 모습은 물론 다른 피해 여성들과 가해자의 얼굴까지 찍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홍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몰카에 찍힌 범인의 얼굴과 건물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몰카를 설치한 사람을 찾아냈다. 가해자는 해당 건물 12층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 A씨였다. 서울강남경찰서는 A씨를 긴급체포하고 피의자의 거주지에서 증거물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손 떨리고, 수치스럽고, 진짜 무서웠다"
Q : 힘든 일을 겪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A : "멍하고 당황스럽고, 처음엔 실감도 안났다. 손 떨리고 수치스럽고 진짜 무서웠다. 다리 힘이 풀릴 정도였다. 남자친구에게 와달라고 부탁한 뒤 기다리는 잠깐동안, 화장실에 들어가는 남자들만 봐도 혹시 가해자일까봐 겁이 났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혹시 발견을 못 했다면 더 많은 여자분들이 다 촬영이 됐을텐데, 나라도 발견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 19일 강남구 삼성동 한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몰래카메라. 신고자이자 피해자가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 [사진 독자 제공] |
지난 19일 강남구 삼성동 한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몰래카메라. 신고자이자 피해자가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 [사진 독자 제공] |
Q : 익숙한 건물이라고 했는데, 혹시 아는 사람이 범인이었을 수도 있겠다.
A : "여기서 일한 지 3년이나 되어 경비아저씨, 편의점 사장, 약사, 커피집 알바생 등 다 친하게 알고 지내는데... 영상을 확인하기 전에는 혹시나 그중 한 명이 범인일까봐 주변에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혼자 너무 무서웠다."
Q : 경찰 신고 후 진행은.
A : 영상에서 가해자 얼굴을 확인하고, 건물 CCTV까지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와서 집에 있던 가해자를 붙잡아 같이 데리고 갔는데, 경찰서에서는 처음엔 20분정도 간단하게 조사하고 귀가했다가 새벽 1시에 다시 경찰서에 나가서 1시간30분 정도 조사를 받고 들어왔다. 가해자가 다음날 오전 8시 출국이라고 해서, 그 전에 조사가 진행돼야 붙잡을 수 있다고 해서 바로 나가서 조사에 응했다."
Q :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졌으면 좋겠나.
A : "실형이든 벌금이든 강하게 처벌받고, 그러고나서 일본으로 아주 가버렸으면 좋겠다. 한국에 못 들어오게. 내가 일하는 곳이 여기였다는 걸 알게 되고 해코지를 할 수도 있지 않나. 마주치면 어떻게 하나."
Q : 지금 심경은.
A : "너무 답답해서 잠도 못 자고 있다. 사건 당일에는 밤을 새웠고, 그 다음날에는 3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몰카와의 전쟁' 이라더니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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