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은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018.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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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단원들을 상습 강제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명인들에 대한 '미투'(Me too) 폭로 사건 가운데 첫번째 실형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8일 유사강간치상,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이 전 감독 사건은 이 전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단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이 전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들만 17명에 달한다. 폭로가 이어지며 이 전 감독은 결국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극단 단원과 배우 등 9명에게 총 25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4월13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이 전 감독에게 추행을 당한 후 적응장애, 우울증에 걸렸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8명에 대한 총 18건의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적응장애와 우울증 역시 이 전 감독의 추행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 4명에 대한 7건의 추행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 감독)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자로서 높은 명성을 누린 사람으로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오직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이루려고 단원이 됐고 피고인을 스승으로 생각해 지시에 순응했던 사람들"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면서 동시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처치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여러 차례 단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며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재판 등에서는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편승해 한 진술로 신빙성이 없다'는 이 전 감독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아 신빙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이 따르는데,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미투 폭로를 하고 공동 대응을 함께 하고 고소를 했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늦게나마 밝힌 것으로 고소의 진정성은 의심할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개별 진술 내용 역시 시간이 상당히 경과했지만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갑자기 추행을 한 것도 아니고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기때문에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연기 지도 중 신체를 만진 것은 정당한 행위다'는 이 전 감독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행위들을 봤을 때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강제 추행에 해당한다"며 "(연기 지도 중) 신체 접촉이 이뤄진 부위 등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정당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연기 지도를 받아들여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해 추행한 것이고, 다만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은 것이지 동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욕을 자극하는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으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한다면서도 자신의 행위가 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장기간 20여명의 여성을 성추행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전 감독은 최후 진술에서도 독특한 연기지도였을 뿐 범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감독은 "저 때문에 상처받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제 연기지도와 안마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는 아직까지도 사죄하지 않고 본인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며 "예술로 둔갑한 폭력은 이제 멈춰야하고, 위력을 이용한 폭력이 용인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판결이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도록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하고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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