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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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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복강경 노하우에 로봇수술 접목, 부인과 질환 맞춤형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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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복강경수술 3만여 건

로봇수술로 거대 자궁근종 제거

골반장기탈출증 재발률 확 낮춰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클리닉
자궁은 여성 생애주기 건강을 좌우한다. 초경과 임신, 폐경 등 굵직한 변화를 책임지며 몸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세밀하고 정교한 치료가 필수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는 부인과(여성 생식기) 질환 치료에 복강경 등 ‘정밀 수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왔다. 최근에는 복강경 치료 노하우를 로봇수술에 접목하며 부인과 질환의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고 있다. 산부인과 최소침습 수술의 역사를 만드는 고대구로병원 로봇수술클리닉을 소개한다.

중앙일보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는 자궁근종·골반장기탈출증 등 부인과 질환 치료에 로봇수술을 적용해 흉터가 작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게 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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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질환은 복강경 수술이 가장 빨리 보편화된 분야다. 미용상 부담이 적고 자궁·난소 등 임신과 관련된 기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서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복강경 수술을 도입하며 국내 최초 광범위 전(全)자궁절제술 시행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30여 년간 약 3만여 건의 복강경 수술 경험은 고스란히 병원의 노하우로 쌓였다.

자궁 기능 최대한 보존 가능
최근에는 복강경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한 로봇수술을 활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 받는 분야는 자궁근종 치료다. 김용진 교수는 “난임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자궁근종 때문”이라며 “임신 성공, 유지를 위해 로봇수술이 갖는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첫째, 절개 범위가 작다. 자궁근종을 떼려면 배를 10㎝ 이상 절개해야 한다. 흉터가 크고 불필요한 조직 손상으로 자연 임신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로봇수술은 0.5~1㎝ 구멍만 뚫어 근종을 제거한다. 손상 범위와 미용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둘째, 치료 범위가 넓다. 고대구로병원 로봇수술기(다빈치Xi)의 로봇 팔은 177도까지 꺾여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부위도 접근할 수 있다. 신정호 교수는 “로봇을 이용하면 자궁 뒤쪽의 혹을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같은 화면을 의료진 모두가 보기 때문에 치료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셋째, 자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근종을 뗀 부위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으면 수정란이 잘 착상하지 못하거나 자궁이 약해져 임신 중에 파열할 수 있다. 로봇수술기는 복강경과 달리 관절이 있어 자궁 내막과 근육층을 각각 정교하게 이을 수 있다. 또 봉합만으로 수술 부위 지혈이 가능해 추가로 조직을 열로 지질 필요가 없다.

고대구로병원은 무게 650g 이상의 거대 자궁근종이나 총 22개에 달하는 다발성 자궁근종도 로봇수술로 완벽히 제거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신 교수는 “매년 200례 이상 시행된 복강경 자궁근종 치료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수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자궁근종의 악성도를 ‘마이크로RNA’라는 물질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 국제학술지(국제분자과학학회지)에 발표했다”며 “임신을 방해하는 자궁근종을 조기에 파악, 치료할 수 있도록 진단 장비를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령층 치료에도 폭넓게 활용
로봇수술은 고령층 부인과 질환 치료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자궁·방광·직장이 질을 통해 빠지는 골반장기탈출증이 대표적이다. 종전에 골반장기탈출증 치료는 빠진 자궁을 제거한 뒤 질의 앞뒤를 꿰매 좁히는 ‘질벽 봉합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수술로 인한 환자 부담이 크고 재발률이 20~30%에 달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신 교수는 로봇과 합성 그물망을 이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질 쪽으로 그물망을 넣은 뒤 고정시켜 장기를 받치는 ‘질식 그물망 교정술’과 그물망을 허리뼈(천골) 인대와 연결해 장기를 지탱하는 ‘천골-질 고정술’이다. 재발률이 10% 미만에 불과하고 출혈량이 적어 환자 대부분은 수술 다음 날부터 걷기 등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이 두 수술을 모두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의사는 신 교수를 비롯해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관련 학회와 타 대학병원이 신 교수를 초청해 로봇수술법을 교육받는 이유다. 신 교수는 “고령화와 늦은 결혼·임신으로 부인과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치료법을 끊임없이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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