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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스쿨미투'에 '주동자 색출'로 응답하는 학교…학생 갈등까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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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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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자신이 경험한 성희롱 등 인권 침해를 제보·폭로하는 ‘스쿨미투’에 교사 등 학교 측은 ‘주동자를 색출하고 폭로 트위터를 삭제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벌점을 깎아줄 테니 포스트잇을 떼오라’는 지시를 해 스쿨미투를 지지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붙이려는 학생과 이를 떼려는 학생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과를 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피해자인 학생들은 되려 학교 안팎에서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불안해하고 있다.

12일 오전 학교 곳곳에 스쿨미투 지지 포스트잇이 붙은 인천 부평구의 한 여자중학교에선 학생들의 제보를 받는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학생들에게 교사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학교의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은 1학년 학생들이 개설해 제보를 받아 폭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일이 생기면서 3학년 학생들이 운영권을 넘겨받아 활동을 계속했다.

이 학교 3학년에 다니는 ㄱ학생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1일 선생님들이 트위터 운영자에게 전화해 ‘양측(교사와 학생)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이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내용들이 자꾸 양산되면 되겠나. 단순히 제보를 전달했다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통화에서 해당 교사는 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누가 운영하고 있냐’고 캐물었고, 계정을 삭제하라고 했다. ㄴ학생은 “선생님들이 신원이 파악된 1학년 학생에게 트위터를 운영하는 3학년생이 누구냐고 물었고, 1학년생들이 말을 안 하자 ‘부모님을 부른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 이야기를 하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재학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해당 교사의 사과 등 학교 측의 구체적인 대응이 없자 학생들은 교내 게시판과 복도 벽 등에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스트잇을 붙이려는 학생들에게 일부 교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추적을 피해 화장실 등에 숨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자 교감 등 학교 측 관계자들이 교내 방송 등을 통해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며 간접적인 사과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더 커졌다. 교내 곳곳에서 포스트잇을 붙이려는 학생들과 이를 떼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소란이 생겼다. ㄷ학생은 “일부 학생들이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떼어내 찢어 뭉친 뒤, 공처럼 만들어 발로 차고 다녔다. 이를 본 학생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직접 포스트잇을 떼면 문제가 생기니 ○○교실(벌점대체 제도)을 깎아준다고 해 3학년생에게 포스트잇을 떼오게 한 뒤 칭찬을 했다”고 전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학교 측은 교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을 교실에 머물게 했고, 일부 교사들이 방송을 통해 사과를 했다. 학교 측은 방과후 성폭력 피해 등에 대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진상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상처를 입은 뒤였다. ㄴ학생은 “미투운동을 시작하는 취지는 좋았다. 성차별적이고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가 생기며 서로 싸움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애들(스쿨미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소수다. 다수는 그런 일(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교사에 대해 제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교사들이 포스트잇 떼지 않았고 학생회 등 다른 학생들이 뗀 것 같다. 그 애들은 그런 데(스쿨미투)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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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여중 뿐만 아니라, 스쿨미투가 시작된 대부분 학교에선 교사들의 진심 어린 반성보다 제보자를 색출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게 하거나, 학교 안팎으로 사건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학생들 사이에선 분열과 갈등이 심해졌고, 2차 가해도 계속됐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의 ㄹ학생은 “스쿨미투가 일어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선생님들의 공개 사과는 물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며 “오히려 교장 선생님이 ‘미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일반 학생들은 모르게 학생회와 교무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왜 빨리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면 ‘신입생 모집 기간인데 그러고 싶냐’고 한다”며 “상처받는 학생들은 무시한 채 학교의 명예만 지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고교는 “자해를 한 학생에게 한 교사가 ‘한 번만 더 (손목을) 그으면 자기가 그어주겠다”는 등의 인권침해 발언이 폭로된 곳이다. ㄹ학생은 “학생을 존중하지 않고, 소수자는 배척하고, 학교의 명예만 생각하며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선생과 학교 밑에서 배울 것이 없다”며 “가해 선생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기 전까지 (미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가면 엄마 젖 많이 빨고 오라’ ‘몸 굴리러 다녀서 (치마를) 그렇게 짧게 입었냐’는 폭로가 나온 충남 논산에 있는 한 고교의 재학생은 “학교 측에서 스쿨미투와 관련해 다목적실에 모든 학생이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3학년 학생들이 들으라는 듯 ‘진짜 누군지 잡히기만 해봐’라고 말한 뒤, 제보자를 찾기 위해 다른 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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