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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고용전망 죄다 틀린 노동연구원, 그걸 믿고 큰소리친 장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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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고용 쇼크] 빗나간 전망

상반기 취업자 29만 명 는다더니

실제론 절반인 14만 명에 그쳐

하반기 21만 명 증가도 힘들어져

“국책 연구원 자료 정밀해야” 지적

장하성 ‘믿는 구석’ 노동연구원 고용전망 잇따라 헛다리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고용 전망치를 발표했다. “급등한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 학계와 경영계에서 나오던 때였다. 연구원의 전망치는 이와 정반대였다.

2018년 상반기에 취업자가 28만7000명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직전 6개월의 수치(28만3000명)를 웃도는 예상치다. 고용사정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하반기에는 30만5000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학계에선 “최저임금 등의 영향이 만만찮은데 실물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과는 걱정대로였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14만2000명 느는 데 그쳤다. 연구원 예상치의 절반도 안 된다. 정부 정책 수립·집행이나 노동정책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한국노동연구원으로선 굴욕적 상황이다.

하반기 전망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지난달 1일 “올해 하반기에 취업자가 20만8000명 증가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예상치를 수정해 9만7000명 줄였지만 그다지 비관적으로 보진 않았다. 그러나 보름여 뒤 이 전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7월 늘어난 취업자 수가 5000명에 불과했다. 8월에는 3000명으로 더 떨어졌다. 경제위기 때나 볼 수 있는 지표가 두 달 연속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제조업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영향이 남아 있지만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제조업 고용의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8월 전망에선 “제조업은 상반기에 취업자가 2만3000명 감소했는데, 최근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원의 분석이 실물경제와 정반대였다고 자인한 셈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40대의 위기는 일할 공장이 없어서 생기는,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8월 고용전망에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의 임시일용직 감소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고 했다. “15~64세 인구 감소가 구조적인 취업자 수 증가 폭 제약 요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는 일자리 감소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 복합적”이라며 정책의 문제를 거론했다. 두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판이하다.

청와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망을 인용하고, 기획재정부는 KDI의 연구에 신뢰를 표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하반기에는 고용 사정이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방안을 당·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국책 연구원의 생명은 신뢰와 중립성”이라며 “1년 동안의 전망치가 실물경제 근접치도 안 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물 생산 과정에서 크로스 체킹과 같은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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