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자리도 줄어 청년실업률 10.0%...외환위기 이후 최악
가장인 30~50대 일자리도 급감...실업자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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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재난수준의 고용쇼크가 이어졌다. 8월 취업자 증가수는 고작 3000명으로 7월의 5000명보다도 줄어든 고용 대참사가 벌어졌다. 실업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기인 1999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도매소업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면서 20대 청년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계를 떠받치는 가장인 30~50대 일자리도 급감했다. 60대 이상 고령 취업자와 공무원, 사회복지 일자리만 늘었다. 고용시장의 엔진이 멈춰선 셈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1만명 감소한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5000명)과 8월 두달 연속 취업자수 증가폭이 수천명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2월 이후 취업자 증가수는 7개월 연속 10만명 아래에서 머무는 고용쇼크가 장기화하고 있다.
실업자수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3만4000명 증가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36만4000명 이후 최고치다. 실업자수는 8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실업자수가 이처럼 장기간 100만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간 이후 18년 만이다.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뛰었다. 특히 명절 등 매월 고유의 변동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실업률은 4.2%에 달했다.
◇ 20대 청년실업률 외환위기후 최고...30~50대 일자리 줄고 실업자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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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 취업자 및 실업자 증감을 따지면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창 일할 나이인 만 30~59세의 취업자 수는 23만1000명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20만7000명, 여성은 2만4000명 각각 줄었다. 2016년 8월과 지난해 8월에 각각 2만1000명과 2만4000명 증가한 것에 비하면 가장들의 일자리가 급감한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는 7만800명, 40대는 15만8000명 줄었고, 50대는 고작 5000명 늘었다. 50대 남성은 2만2000명 감소했으나 50대 여성 취업자가 2만7000명 늘어난 결과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0%로 전년 동기 대비 0.6%p 상승했다. 이는 1999년 8월 10.7% 이후 8월 기준으로 최고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음식 도소매 업종의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3.0%로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가운데 사실상 실업자가 23%에 달한다는 얘기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27만5000명 늘었다. 2016년 8월(25만8000명)과 비슷하고 2017년 8월(19만1000명)보다 8만4000명 많은 수준이다. 현재 고용 악화가 한창 일할 나이인 사람들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 실업자 증감을 따지면 40대가 4만3000명, 50대가 3만6000명 각각 늘었다. 총실업자 증가(13만4000명) 가운데 59.0%를 40~50대가 차지한 셈이다. 30대는 2만6000명, 20대는 2만5000명 각각 증가했다.
◇확 줄어든 민간 일자리…공무원·농림어업 빼면 9만4000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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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고령층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 집단에서 일자리 형편이 크게 악화된 것은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능력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비공공행정 부문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2만5000개 줄었다. 7월(-6만1000개)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공공행정 및 국방, 사회보장행정(2만8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4만4000명) 등의 취업자수만 늘었다.
여기에 ‘농업, 임업 및 어업’(6만9000명 증가)까지 제외한 비농업민간 일자리는 9만4000개나 줄었다. 비농업 민간 일자리는 지난 4월에 2009년 12월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비농업 민간 부문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있던 일이다.
산업별로는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수가 10만5000명 줄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 내에서 조선, 자동차 등 고용인원이 많은 산업 업황이 좋지 않고 기업 투자가 위축된 것이 근로자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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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수는 각각 12만3000명과 7만9000명 감소했다.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업도 12만명 감소했다. 제조업이 활력을 잃으면서 서비스업 일자리 마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세 산업은 제10차 산업분류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8월 고용동향에서는 2018년 16.4%에 이어 2019년에도 10.5% 오르는 최저임금 문제가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해졌다.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1만2000명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2014년 2월(4만6000명) 이래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인건비 상승에 가족을 대신 쓰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또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에서 주당 36시간 일하는 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136만6000명 줄었다. 거꾸로 36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은 136만8000명이 늘었다. 매일 출근해 일정 시간 이상 일하는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고 파트타임 일자리만 늘었다는 얘기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5일간 8시간씩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주당 40시간이다.
노동연구원은 지난 5월 개최한 ‘문재인 정부 1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 발표문에서 "고용량 조정에 비해 근로시간 조정은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며 소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시간을 줄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실업자수가 늘어나면서 15~64세 고용률은 60.9%로 전년 동기 대비 0.3%p 내려갔다. 올 7월(61.3%)과 비교하면 0.4%p 낮다. 계절조정 고용률은 60.4%로 전년 동기 대비 0.4%p 떨어졌다. 7월과 비교해 0.1%p 낮다.
빈 과장은 "최근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40대 뿐만 아니라 50대도 고용률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고령화 등 인구 요인을 강조하면서 "고용률을 양호한 상태"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용률까지 하락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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