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예방·치료에서 HDL의 역할
한국·일본·호주·쿠바 전문가 4인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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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하 타벳(이하 타벳) 지단백질인 HDL은 셔틀과 같다. 안쪽에 콜레스테롤을 태워 간으로 옮긴 뒤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HDL이 많을수록 혈관이 깨끗해져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HDL은 이외에도 많은 일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항산화’ 작용이다. HDL에 항산화 단백질이 많으면 LDL의 산화를 막아 동맥경화 등을 막을 수 있다. 또 HDL에 ‘Apo-A1’이라는 단백질이 많으면 ‘항당화’ 기능도 커져 당뇨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결국 HDL 자체의 기능이 향상돼야 각종 대사성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HDL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요시나리 우에하라(이하 요시나리) HDL의 기능을 강화할 방법으로 ‘HDL 유사체’를 제시할 수 있다. HDL과 비슷한 물질을 체내에 주입해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동맥경화를 막는 것이다. 후쿠오카대에서 개발한 ‘FAMP’란 이름의 펩타이드가 ‘HDL 유사체’ 중 하나다. HDL과 비슷하지만 덩치를 크게 줄였다. 이 물질을 쥐에게 16주간 일주일에 3회 투여한 결과 대동맥의 플라크가 48% 감소했다. 동맥경화 예방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타벳 최근엔 HDL의 기능이 유전적으로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HDL은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수백 가지의 ‘miRNA(마이크로RNA)’도 함께 수송하는데, 이것이 혈관에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억제하도록 조절한다. 사람에 따라 HDL 관련 miRNA의 조성 비율이 다르고, 그에 따라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관 상태도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는 miRNA를 이용해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아직 어떤 miRNA가 동맥경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 세계적으로 HDL의 기능을 개선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고, 앞서 언급된 ‘miRNA’나 ‘HDL 유사체’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는 ‘폴리코사놀’이 주목받고 있다.
살로메 페르난데스(이하 페르난데스) 폴리코사놀은 쿠바의 사탕수수 왁스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지난 20여 년의 연구결과 폴리코사놀이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함께 HDL의 기능 수준까지 개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폴리코사놀 10㎎을 매일 복용시키자 6개월 뒤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9.1% 상승했고,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선 폴리코사놀 10㎎과 아스피린 125㎎를 1년간 매일 섭취했을 때 초음파상에서 병변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조 몇 해 전 한국에서 진행한 인체적용 시험에서도 폴리코사놀 섭취 후 HDL 수치가 상승하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동시에 혈압 강하 효과까지 관찰됐다. 이를 확인하고자 바로 다음 실험을 설계했는데, 경계성 고혈압인 84명에게 24주간 폴리코사놀 20㎎을 복용시켰더니 콜레스테롤 수치는 안정되고 혈압도 8주 만에 정상으로 돌아와 24주까지 유지됐다.
페르난데스 근데 폴리코사놀의 효과를 보려면 배합이 중요하다. 폴리코사놀은 여덟 가지 성분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어떤 물질을 어떤 비율로 섞었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 쿠바·멕시코 등에서는 폴리코사놀이 의약품으로 허가돼 배합의 비율이 표준화돼 있다. 지금까지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통해 안전성도 확보한 상태다. 폴리코사놀을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HDL의 기능을 향상시킬 물질로 제시할 수 있다.
조 이상지질혈증은 대부분 당뇨·고혈압과 함께 찾아온다. 폴리코사놀이 혈압을 떨어뜨린 원리도 결국 HDL의 기능과 관련돼 있다. HDL의 입자가 커지고 기능이 우수해지면서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인 알도스테론을 억제해 혈압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요시나리 이상지질혈증과 당뇨·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은 노인 인구가 많은 고령사회에서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HDL의 질을 높여 혈관을 깨끗이 유지하고 대사성·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물질과 방법에 대한 개발과 적용이 시급하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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