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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뉴스&분석] 성장 또 후퇴…소득주도성장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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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주도성장 역주행 ◆

매일경제

한국 경제의 추락 징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6%로 뚝 떨어졌다. 투자·생산·소비가 모두 부진하면서 경제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보다 명백해지고 있다. 더욱이 소득주도성장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7조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성장률(1.0%)의 반 토막 수준이고,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 전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8%다. 정부와 한은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9%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경제성장률에 가장 큰 악재가 된 것은 설비투자였다. 경제 역동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설비투자가 지난 2분기 5.7% 감소했다. 속보치(-6.6%)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2016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사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6%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2.1% 줄었다. 그나마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증가율이 1분기 4.4%에서 2분기 0.4%로 주저앉았고, 민간소비도 0.3% 증가해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2분기 실질 GNI는 1분기보다 1.0% 감소했다. 실질 GNI는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3%로 개선됐지만 2분기에 다시 고꾸라졌다. 성장 둔화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교역 악화 등과 맞물리면서 국민의 소득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GNI는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소득을 합친 지표다.

이처럼 부진한 성적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꼽힌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올해 말이나 내년에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 당국이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보다 0.2~0.3%포인트 낮은 2%대 중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건 정부의 태도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정책 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고 있다. 더 큰 위기가 현실화하면 그때는 정책 기조를 수정하기에 너무 늦어버릴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손일선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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