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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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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관절 기능 갖춘 복강경 기구, 기존 위암 수술 한계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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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보다 비용 효율적

중소 병원서도 사용 가능

손 감각 느껴져 안전성 높아"

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안상훈 교수





중앙일보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안상훈 교수


일반적으로 ‘자동’은 첨단을 의미하곤 한다. 최고라는 의미가 전제돼 있다. 그 분야가 의학, 그중에서도 수술이라면 수긍할 만한 명제다. 반면 ‘수동’은 구식이라는 이미지가 짙다. 언젠가 버려지거나 개선돼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근데 이 명제를 완전히 뒤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자동’에 버금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능가하는 수동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벤처기업 ‘리브스메드(LivsMed)’가 개발한 다자유도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ArtiSential)’에 대한 얘기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국내에서 진행성 위암을 단일공 복강경 수술(배꼽에 구멍을 한 개만 뚫고 하는 고난도 수술)로 하는 유일한 의사이자 아티센셜의 임상시험 책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안상훈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 아티센셜을 두고 연신 ‘혁신적’이라고 했다. 특히 위암 수술에서는 로봇수술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Q : 아티센셜은 어떤 기구인가.

A : “기존 일자형 복강경 수술 도구와 달리 관절을 넣은 것이다. 기존 도구가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깁스를 한 것이라면 아티센셜은 깁스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차이다. 게다가 직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Q : 어떤 상황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나.

A : “위 뒷벽 쪽에 췌장이 있고 췌장 윗부분에 림프절이 있는데, 진행성 위암의 경우 전이·재발 가능성이 있어 수술 시 림프절을 깨끗이 절제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테크닉이다. 절제하려면 간 동맥 뒤쪽의 신경을 잡아야 하는데 기존 일자형으로는 잡을 수가 없다. 잡을 수 있느냐가 수술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아티센셜은 관절을 꺾고 손목처럼 돌릴 수도 있어 기존 단일공으로 할 수 없었던 움직임까지 조작할 수 있다. 지난 8월 일본 학회에서 보여주니 다들 깜짝 놀랐다. 기존엔 할 수 없던 동작이기 때문이다.”




Q : 관절이라면 로봇수술에도 있지 않나.

A : “물론이다. 이 관절이 로봇과 굉장히 유사하다. 근데 위암은 암 자체가 커서 현재의 로봇으론 단일공 수술을 할 수 없다.”




Q : 로봇수술과 비교가 가능할까.

A : “지난해에 비교해봤다. 가장 어려운 봉합술을 대상으로 했다. 기존 복강경으로는 불가능한 동작이다. 로봇과 비교해 움직임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렇다 할 시간 증가 없이 편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내가 떼고 싶으면 뗄 수 있는 게 수술 테크닉에서 중요한데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기존 기구·단일공으로는 할 수 없던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혁신적이다.”




Q : 과연 로봇수술보다 더 나은 점이 있을까.

A : “위암 단일공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 외에도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다. 로봇수술은 고비용이지 않나. 또 장소가 제한적이지 않다. 로봇수술은 로봇이 있는 수술방에서만 할 수 있지만 이건 모든 수술방에서 할 수 있다. 로봇이 없는 중소 병원에서도 할 수 있다. 손으로 감각을 느끼면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종의 ‘손맛’이랄까. 어떤 조직을 만졌을 때 감각이 중요하다. ‘이 정도로 당기면 끊어지지 않겠다’는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근데 로봇은 사람이 조종하지만 기구에 닿은 느낌이 수술자의 손에 전달되지 않는다. 반면 3차원 영상 등 기존 로봇의 장점은 현재 대부분 복강경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굉장히 혁신적인 기구다.”




Q : 임상 적용까지 어떤 단계가 남았나.

A : “아티센셜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안다. 더욱 많은 환자에게 사용되려면 이제 건강보험 적용(급여 등재)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급한 문제다. 잘못하면 국내에서 개발된 이런 혁신적인 기구가 실제 임상에선 아예 사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로봇수술 건강보험 적용이 얘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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