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JTBC '뉴스룸' 토론회에 출연해 '가짜 뉴스' 유포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김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한 모습. /광화문=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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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이슈로 파장 남기지만 실체는 불확실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자극성과 중독성이 강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늪에 대한민국 제1야당 원내대표가 빠져 있다면 추락하는 보수정치에 기사회생은 있을 수 없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이같은 논평을 통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제 1야당 원내대표가 TV 토론회에서 제대로 검증도 없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가짜뉴스로 '기승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한국당이 사회적 패악인 가짜뉴스 유포에 손을 댄 것"이라 일침을 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오전 JTBC '뉴스룸' 토론회에 출연해 이미 삭제된 기사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소득주도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지난주 대전에서 자식을 키우는 50대 여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목숨을 끊은" 사건을 들었다. 같은날 오전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소득주도경제성장이 잘 안 되고 있음을 인정하라"며 언급한 사건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함께 출연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저는 완전히 가짜 뉴스로 알고 있다. 그걸 너무나도 그렇게 (확신해서) 말씀하시니, 인용을 할 때는 정확히 확인을 하고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미 한국경제 신문에 기사화된 이야기"라며 "기사가 삭제됐는지 안 됐는지 그건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해당 기사가 게재된 2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사진은 "세월호처럼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의 국민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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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전 삭제된 기사가 남긴 파문…'음모론'까지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기사는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낀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슴을 끊었다는 지난달 24일자 보도였다. 해당 기사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직후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재생산 됐다. 기사를 인용한 매체 중에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MBC 기자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도 있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원이 줄을 이었다. 그중 9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청원글은 "이 기사가 정말이면 세월호처럼 정부한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던 기사는 게재된 지 6시간 만에 돌연 삭제됐다. 이에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뉴스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 청와대 청원까지 신청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은 뉴스가 사라졌다. 블로그에서만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기사 삭제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가 이미 삭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김 사무총장은 기사 내용을 복사해 게시한 개인 블로그 글을 공유했다. 실제 뉴스라기 보단 뉴스가 있었음을 알리는 비공식 기록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작성자인 기자가 직접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는 "보도 이후 2차 피해 우려와 기초수급 여부 등의 오류가 드러나 기사를 삭제한 것"이라며 "당초 충분한 취재와 팩트 확인을 거쳐 기사를 출고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의원이 외압 의혹을 제기했으나 기자가 직접 삭제 이유를 밝히면서 일단락 된 시점 이후, 김 원내대표는 기사의 삭제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25일 해당 기사 삭제를 두고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이냐"며 분노했다. 사진은 김 의원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 내용. /김용태 페이스북 갈무리 |
◆ 후속 보도 냈지만 '가짜 뉴스' 논란 여전…유포한 김성태는?
논란이 커지자 한국경제는 지난달 29일 2회에 걸친 후속보도를 통해 삭제된 기사의 내용 일부를 정정했다. 해당 매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깎아내릴 의도를 갖고 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작성당시에도 없던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위를 가공한 것'이 아니니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정보도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달라졌다는 지적과 함께 '사실과 다른 오보' 역시 가짜 뉴스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최저임금 인상 이전인 지난해 말 이미 실직한 상태였다. 이에 반해 앞서 삭제된 기사는 고인이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한창일 때 실직을 통보 받고 처지를 비관했다고 추측할만한 내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 시민의 죽음을 야기했는지'를 두고 정치 공방까지 불거진 상황이기에 기사 내용 중 고인의 퇴직 시점은 중요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후속 기사에서는 고인의 나이가 50대에서 30대로 변경되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는 복지 상황이 추가됐다.
보도의 신뢰성과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불씨를 피운 한국당 인사는 아무런 대응을 않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관련 게시글을 수정·삭제 조치 없이 그대로 남겨뒀으며,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지난달 31일 '소득주도성장을 유지하자는 응답이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여론조작에 가깝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를 알렸다고 해서 그들이 정정이나 사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짝 이슈가 일어나고 나면 소기의 목적을 이룬 뒤, 빠르게 쏟아지는 다른 정보들에 묻힌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러한 가짜 뉴스가 정치 현안에 대한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국민들은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어떤 프레임을 접하면 '잘 모르겠지만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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