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뉴스&분석] 張의 마이웨이…"소득주도성장 더 속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靑 소득주도성장 '마이웨이' ◆

매일경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계획과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장 실장은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문재인정부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조정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축사를 통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 같은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장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현안 간담회를 통해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언론 간담회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 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대기업 투자·수출 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이 다했다는 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에 가계소득을 높여 총수요 기반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이어 "문재인정부는 수십 년 만에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려고 한다"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은 전날 문 대통령 발언과도 일치한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정부는 고용 문제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일자리 참사'로 요약되는 7월 고용통계 발표 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고용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경제팀에 "직을 걸라"고 주문하던 때와 청와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 관계자는 "장 실장 발언은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을 통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가계소득을 올리려면 기업이 잘돼야 하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인데, 기업과 수출 없이 어떻게 가계소득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근 한 달간 쏟아진 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1년 만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6월 설비투자는 18년 만에 최악으로 뚝 떨어졌고, 고용시장에서는 취업자가 고작 5000명 늘면서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서민·취약계층 중심으로 급감한 것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었다. 지난 23일 발표된 가계소득 통계는 결정타였다. 양극화를 줄이겠다던 문재인정부 정책이 오히려 하위 20%(1분위) 소득을 7% 이상 끌어내린 반면 상위 20%(5분위) 소득은 10% 넘게 높여놨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이 아니라 고소득층만 더 부자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장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처럼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이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을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논리를 비약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 옹호 발언이 나오게 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지표가 잇달아 발표된 이후 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 폐기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 나왔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가 당초 정책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용은 세부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이번 주말을 계기로 기존 정책을 더욱 옹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이는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 구하기에 대해 산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사장은 "출범 1년이 지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성적표들이 처참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한마디 반성 없이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런 논리 비약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반성이 없다는 것은 지금처럼 수정 없이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일 텐데 국민은 지난 1년과 같은 성적표가 재연되길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진보 학자들의 정책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정작 그 학자들이 지켜야 할 사회적 약자라면 최소한의 반성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이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실장은 "경제정책은 기획 입안에도 시간이 걸리고 실행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효과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도 이제 반년밖에 안 지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도 이 정도 혼란인데,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에서는 '최저임금 차등화'나 '근로시간 단축 유연 적용' 같은 최소한의 보완책이라도 반영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송성훈 기자 / 윤원섭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