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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추행해도 되냐”며 추행한 전직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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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 당시 회식서 상습 추행 / 항소 안 해 벌금형 확정 / 법무·검찰 여직원 10명 중 6명 “성희롱 피해”

세계일보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댄 성희롱 발언으로 옷을 벗은 전직 부장검사가 “성추행해도 되냐”면서 후배 여검사를 추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53) 변호사는 2015년 3월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재직 시절 술집에서 가진 2차 회식 자리에서 A 여검사에게 “성추행 한 번 해도 되냐”고 말하며 그를 강제로 껴안았다.

B 여검사와 건배를 한 뒤에는 “참, 안주를 안 먹었네”라며 그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해 2월에는 노래방에서 회식 자리를 이어 가다가 “러브샷을 하자”며 술잔을 든 팔을 C 여검사 목에 감고 끌어안은 채 술을 마시고, 그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댔다.

김 변호사는 2015년 2∼4월 이처럼 업무상 위력으로 회식 자리에서 여검사 총 4명을 상대로 추행을 일삼았다. 이들 모두 당시 김 변호사에게 업무상 지시를 받는 관계였다. 김 변호사는 그해 5월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검찰을 떠났다.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꾸려지면서 김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그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24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세계일보

상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 각계의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 판사는 당시 “피고인은 사회의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지켜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검사로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서 김 변호사를 질타했다.

다만 피해자들 모두 “처벌이나 불이익한 처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변호사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 내부의 이 같은 성범죄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바 있다.

최근 해산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법무부 본부와 소속 기관의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을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검찰의 경우 66.6%로 법무부 본부·산하 기관(63.2%)보다 많았다.

성희롱·성범죄 사건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될지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근무하는 여성 검사·수사관·실무관 응답자 61.4%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역시 법무부 본부·산하 기관(57.9%)보다 많았다. 내부 고충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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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책위 조사 결과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발생률은 61.6%에 달한 반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성희롱 고충 사건 처리 건수는 2011~2017년 18건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검사들이 늘어나면서 남자 검사들은 ‘조직이 망했다’고들 생각하고 여검사들이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가면 욕을 먹는 게 현실”이라며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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