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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靑 "소득주도성장 고수"…학계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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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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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이 10년 만에 최악의 소득 분배 성적표를 받고서도 돈 풀기식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소득 주도 성장이 이론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실제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소득 주도 성장을 주장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 기조 전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은 예산인데,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중심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엄중하게 (경제) 상황을 바라보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득 주도 성장을 더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며 "소득 주도 성장은 이제야 본격적인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는 소득 주도 성장이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또다시 돈을 푼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재정 건전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안민정책포럼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평가' 강연에서 "소득 주도 성장은 이름과 달리 '성장이론'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 소득을 올리는 데 초점을 둔 '분배이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장은 자본, 노동, 기술 등 공급 능력의 지속적인 성장이 있어야 가능한데 소득 주도 성장은 수요 주도 이론이기 때문에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공급 능력보다 수요가 부족할 때 등 특정한 조건에서 단기적으로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럼에 참석한 최광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복지부 장관)는 "예산 중심의 퍼주기식 소득 주도 성장은 남미처럼 재정 고갈로 이어져 국가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남미는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아니고, 기름을 팔아서 다 나눠주는 소득 주도 성장을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나라가 덜 성장하는 정도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망했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면 분배 효과가 오히려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득 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였고, 결국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드는 분배 악화가 발생됐기 때문이다. 또 예산을 더 퍼붓는다면 재정건전성도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고용과 투자 절벽, 분배 악화 등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경직적 시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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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교수


김소영 교수는 안민정책포럼 강연에서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이론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득 주도 성장 이론은 임금 증가→소비·수요 증가→생산·소득 증가→소비·수요 증가 등 선순환이 이어진다고 주장하지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임금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인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전체 노동 소득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금 증가로 인한 비용 증가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이 제품 가격 등을 올리면 소비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이윤 감소로 투자와 생산을 모두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개방경제하에서 우리나라만 임금을 인상하면 세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결국 수출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 대외 교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소득 주도 성장의 분배 개선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분배 효과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줄어들 수도 있고, 영세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퇴출되면 불평등 정도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은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자 복지 문제"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고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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