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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식재료비 폭등에 연일 분통이 터진다. 주 메뉴인 추어탕 한 그릇을 만드는 데 드는 식재료 비용보다, 배추 겉절이, 깍두기 등 반찬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많다 보니 부담이 이만저만 커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추어탕 한 그릇에 7000원인데 배추 한 포기, 무 한 개에 5000원이 넘는다"며 "인건비도 재료비도 전부 급등하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는 신경이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에서 대형 김치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도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씨는 "김치찜은 김치 맛이 생명이라 그동안 김치 공급 업체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는데 최근 공급 업체가 10% 가격 인상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왔다"며 "결국 10년간 거래했던 업체를 바꿔야 할 것 같아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손님이 줄어드는 등 자영업자들의 사업환경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음식점들이 '식재료비 폭등'이라는 악재까지 만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직원을 줄이고 직접 매장 관리에 나선 마당에 식재료비까지 치솟으면서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식재료비 급등은 음식점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 매출 대비 평균 지출 가운데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2%로 가장 높았다. 이외 인건비(24.8%), 임차료(7.2%), 세금(5.2%)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음식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들은 지출 비용 가운데 식재료비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이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4㎏) 9만9553원, 건고추(600g) 1만4333원, 배추(한 포기) 6675원으로 평년 대비 171%, 87%, 72%씩 올랐다.
채소 가격 급등은 거의 모든 식당에 영향을 미친다.
고깃집들은 올여름 축산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음에도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채소류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한우 전문점은 밑반찬으로 제공하던 시금치무침을 일시적으로 빼기로 했다. 말 그대로 한우(㎏당 1만8359원)보다 비싼 시금치무침을 계속 제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추무침 리필을 제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충무로의 한 유명 식당은 최근 점심 메뉴에서 돌솥비빔밥을 뺐다. 직장인이 즐겨 찾는 메뉴이지만 최근 채소 가격 급등으로 마진이 줄자 과감히 메뉴에서 제외한 것이다. 백반집에서는 채소 대신 멸치, 어묵, 햄 반찬 등을 늘리면서 식재료비 급등에 근근이 대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 가격 급등이 단순히 올여름 폭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이 농산물 가격 인상에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원재료비의 추세적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랭지 배추의 경우 대부분 경사지에 심다 보니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이에 따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뛰다 보니 배추 가격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식재료비 급등을 경영 애로 사항으로 꼽고 있었다"며 "농산물 가격 급등 요인을 단순히 폭염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자재 납품 업체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소 식자재 업체 영업 담당자는 "농산물 가격이 뛰고 물건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상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식당에서는 물건이 좋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할 때가 많다"며 "요즘 상황에서는 최상품을 전해도 중품이나 하품 취급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 급등이 소비자는 물론 음식점 그리고 납품업체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재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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