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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MB·朴 때보다 서민소득 악화…빈부격차 키운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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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소득주도성장 ◆

매일경제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은 이번 2분기 가계소득 통계를 통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1분기에 이어 이번 2분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절대적으로는 물론 상대적으로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보면 전체 소득 5분위 가구 중 월평균 명목소득이 오른 건 상위 40%뿐이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소득마저 줄어든 것이다.

지난 2분기 때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32만4900원이었고, 2분위(하위 20~40%)도 같은 기간 2.1% 줄어든 280만200원이었다. 둘 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이뿐만 아니라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0.1% 떨어진 394만2300원이었다. 3분위 가구의 2분기 소득이 1년 새 줄어든 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성급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뜻하지 않은 저소득층·중산층 소득 급락 현상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대다수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기는커녕 직장을 잃고 역대 최악의 소득 악화 현상에 고통받고 있다"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경기 활성화를 불러온다는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본 구상이다. 하지만 이번 통계청 발표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1분위와 2분위 가구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0%, 4.7% 감소했고, 3분위 역시 2.1% 줄었다. 일자리 감소는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9만7642원, 2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만6468원이 떨어져 4개 경상소득항목(근로, 사업, 재산, 이전) 중 액수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1분위 가구 중에서도 일자리가 없는 비근로자 가구 소득은 15.9%나 떨어져 1분위 가구 전체 소득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는데도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급감한 것이다.

사업소득이 저조했던 것 역시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크게 작용했다. 1분위 가구 사업소득은 평균 19만41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떨어졌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의 호황을 제외하면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경제 활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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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간에서는 이 역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영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력을 주로 고용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임금 지출이 커지고, 영업 가능 시간까지 감소하니 저소득층의 사업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예견됐던 현상"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 말처럼 소비 진작 효과가 생겨도 손님을 받지 못하는 영세업자는 덕을 볼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소득에 있어서도 2분위(-4.9%)와 3분위(-7.0%)는 감소세를 보이고, 고소득층인 4분위(15.7%)와 5분위(8.8%)는 증가해 양극화에 일조했다.

이 같은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정권들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무현정부(2004~2007년·2003년은 통계 작성 시작연도로 전년과 비교 불가)에서의 1분위 가구 연평균 소득성장률은 4.0%였으며, 5분위 가구는 5.0%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보수정권으로 분류되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오히려 1분위 가구의 소득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명박정부에서 1분위 가구의 가계소득은 연평균 6.6%나 오른 반면 5분위 가구 성장률은 4.6%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는 1분위 가구가 2.5%, 5분위 가구는 2.0%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수정권에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통념과 달리 2000년대 이후로는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사회보장성 제도가 대폭 확대돼 왔다"며 "오히려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분배도 개선시키는 방식이 효율적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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