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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소득주도` 실패 인정하고 궤도 수정해야…기업 氣살리기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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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소득주도성장 ◆

매일경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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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결국 기업이 고용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 쇼크, 고용 쇼크에 이어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통계가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이제는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기업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친기업 정책을 펼쳐야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고용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성장'이라는 단어를 빼서 저소득층을 위한 분배 정책으로 전환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경제정책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결국 성장은 대기업이 이끌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최근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특히 제조업의 경우 해외 이전이나 사업 자체를 접으려는 추세가 많아 안타깝다"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을 이루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대폭적인 규제 완화와 투자 촉진 분위기를 조성해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회복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자리에는 산업 4.0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론이 들어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악화되고 설비가 자동화되면서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미국 대공황 시절의 경제 이론인 소득주도성장은 지금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성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을 올리는 정책 대신 규제혁파,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술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규모를 키워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보완책이라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뒤늦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내년부터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는데, 그러지 말고 바로 올 하반기부터 SOC 투자를 앞당겨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건설 투자를 마치 부동산 투기로 생각해 SOC 투자까지 확 줄였는데, SOC 투자는 저소득층 일자리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실책을 인정하고 정책을 바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밝힌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구성하는 3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 △가계지출을 줄여 실질소득을 늘려주는 정책 △복지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실질적 소득 효과를 내는 정책 등 세 가지 정책으로 설명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첫 번째 정책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가계소득 통계에서 보듯이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으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노동시장 상황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따른 소득분배 악화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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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 실장이 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가계지출을 줄여 실질소득을 늘려준다는 것은 정부가 가격 통제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마치 군사정권에서 물가 통제를 하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자 (장 실장이) 무리하게 가격 통제까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지를 통한 실질소득 증가 정책은 예컨대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을 통해 실질소득이 어느 정도 올라갈 수는 있어도 이것이 경제 전체의 내수 증가나 고용 증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재정은 많이 투입되지만 개인당 받는 복지 혜택(금액)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손일선 기자 /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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