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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자영업만 살리나"…월급쟁이들 상대적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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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기금을 확대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재정을 쏟아붓자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리지갑'으로 정직하게 납세하며 살아도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또 빗나간 부동산 정책으로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직장인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중견기업 4년 차인 홍 모씨(31)는 "월급쟁이들이 목소리를 낼 줄 몰라서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일에 치이다 보니 가만히 있는 것"이라며 "세금을 정직하게 내고 똑같이 힘든데 정부 지원이 한쪽에만 치우친다면 누가 정직하게 일하고 싶겠냐"고 성토했다.

지난 22일 당정이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는 근로장려금, 일자리안정자금, 각종 세제 혜택 등 세금 퍼주기 정책이 가득했다. 이를 접한 직장인 대다수의 반응은 싸늘했다. 자영업자나 직장인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월급쟁이들은 자영업자보다 납부할 세금이 늘어나는 폭도 크다. 국세청의 '2008~2015년 귀속 연말정산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08~2015년 월급쟁이 연봉이 29%(2530만원→3260만원)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 납부액은 60%(100만원→160만원)나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소득은 25%(2370만원→2960만원) 늘어났지만 종합소득세 납부액은 30%(330만원→43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폭은 4%포인트 차이에 그친 반면 세금 인상폭은 월급쟁이가 자영업자의 두 배에 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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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실패도 직장인들의 좌절감을 심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8·2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세를 급등시켜 직장인들의 정직한 노동 가치가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청년 가장인 3년 차 직장인 장 모씨(28)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외곽에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살 집을 매매하려다 실패했다. 눈여겨보던 20평대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사이 2억8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5000만원 뛰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원래 세 식구가 함께 모은 1억3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 직장인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했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에 불과해 돈을 더 마련할 수도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황급히 전세를 알아봤지만 이른 시일 내에 구할 수 없어 결국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장씨는 "몇 달 사이 집값이 1억~2억원씩 뛰는데 월급쟁이가 어떻게 사느냐"며 "착실하게 사는 월급쟁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가시화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도 직장인들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취지의 개선안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이러다 나이 들어 낸 것만큼도 보험금을 못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겹치면서다.

2년이라는 오랜 취업 준비 생활 끝에 올해 초 대기업에 입사한 강 모씨(29)는 당초 1년간은 저축보다 소비에 집중하는 '탕진잼' 인생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소득공제가 되는 '연금보험'을 드는 등 노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상대로 유지하거나 올린다고는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얼마큼의 연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강씨는 "개인의 노후 보장은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는 입장이라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라면서도 "공무원, 군인, 교사 연금은 훨씬 많은 데다 나라가 지급을 보장하니 억울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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