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설이 불거진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웃으며 서로 인사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오후 2시, 둘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며 짧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엇박자 논란을 부인했다. 장 실장은 “당연히 사회현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고 현상에 대한 진단도 다를 수 있다”며 “김 부총리와는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자주 토론하고 또 서로 다른 의견을 서로에게 감추지 않고 명확하게 확인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고 했다.
이어 “필요할 때는 대통령을 모시고 같이 토론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의 틀은 동일하지만, 그 틀을 가지고 국민들을 잘살게 하는 방법론과 정책의 선택에 있어서는 그동안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었다”며 “일단 토론을 거쳐서 정책을 선택한 이후에는 지금까지 김 부총리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도 않았고 현재까지 매우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해 ‘동일한 메시지’를 내놓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조화롭게 보고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고,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고용 위기가 연말에 개선될 거라고 밝힌 장 실장의 발언과 회복이 쉽지 않다고 예측한 김 부총리의 이전 발언을 비교하며 압박했다. 그러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두 사람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 총리는 “엇박자로 보지 않는다. 상황은 같이 보고 있는 것”이라며 “단지 기대가 섞여 있는 경우 냉정하게 보는 경우의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엇박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즉, 고용 상황의 빠른 시간 내 회복은 어렵다고 한 김 부총리는 ‘냉정하게’, 연말에는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한 장 실장은 ‘기대를 섞어서’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고 이 총리는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민생 현장에선 어려운 생활을 하는데 말장난을 하지 말라”고 지적하자 김 부총리는 “말장난이라는 표현은 심하다, 경제 장관들 간에도 회의를 하면 이견이 많아 조율하는 것이 경제 팀의 임무이고 청와대 보좌진과 저와 다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냐”고 답했다.
다만 장 실장은 앞서 ‘갈등설’의 빌미가 된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 때 우려 전달과 관련해 “김 부총리에게 삼성전자 방문이 투자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고 했을 때 우려를 전달했나’라는 한국당 김성원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장 실장은 “김 부총리에게 ‘과거 정부에서처럼 정부가 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기업들에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이날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설에 대해 “두 사람을 포함해 청와대와 기재부가 빛 샐 틈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두 사람의 정례회동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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