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이정우, 개혁·분배 방점
관료 출신 김진표는 시장·안정 강조
정책 혼선 빚다 모두 1년 만에 교체
이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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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하며 경제 개혁의 첫 단추로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했다. 새 정부의 개혁 과제를 청와대가 틀어쥐고 밀고 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자리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임명했다. 경제부총리 자리엔 경제관료 출신인 김진표 부총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앉혔다. 교수 출신 개혁파에게 중장기적인 정책 밑그림을 그리게 하고 안정추구형 관료에겐 당면한 현안 과제를 맡긴다는 시나리오였다.
김진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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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정우 실장은 취임 때부터 노조의 경영 참여를 골자로 한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도입을 강조했다. 반면 김진표 부총리는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고용·근로 조건과 직접 관련 있는 분야에 대한 경영자와의 협의는 현행법에도 보장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개혁·분배’에 초점을 맞춘 이정우 실장과 ‘안정·시장’에 방점을 찍은 김진표 부총리는 사사건건 정책 혼선을 빚다가 결국 취임 1년여 만에 두 사람 모두 교체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료 출신(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교체됐다. 시장에선 ‘실패한 실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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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출신의 ‘가속 페달’과 관료 출신의 ‘브레이크’ 사이에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고용 쇼크의 주범으로 공격받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두고 ‘교수 출신 개혁파’ 장하성 정책실장은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관료 출신 안정파’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 정책의) 개선 또는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장 실장은 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반면 김 장관은 속도 조절 가능성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정권이 교수 출신 인사에게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지만 관료 사회와 부딪쳐 정부 출범 2년 이후엔 다시 관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임기 마지막 1년은 레임덕을 겪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개혁이 좌초되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정책 조율을 잘 해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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