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나체 몰카 찍어 본인에게 보냈다면..대법 “유포로 처벌 못해“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은 뒤 여자친구 본인에게 사진을 전송한 경우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 전송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형법상 협박죄 등으로 처벌할 수는 있어도 몰카 유포 자체로 처벌하려면 타인에게 전송한 경우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38)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ㄱ씨는 무음 촬영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여자친구 몰래 나체 사진을 찍고,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가게 손님들에게 나체 사진을 보여주려고 하다 이를 제지하는 여자친구를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폭행 혐의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나체사진을 타인이 아니라 여자친구 본인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행위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였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피해자에게 보낸 것도 이 조항에서 말하는 촬영물의 ‘반포’(頒布) 또는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자신의 신체에 관한 영상이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인격권 중 자기정보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해자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조항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전송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할 경우 협박·공갈죄 등으로 처벌하면 되고 전송자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 음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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