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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文 대통령의 ‘김&장 딜레마’…장하성 치면 소득주도ㆍ김동연 치면 혁신성장 포기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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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중앙일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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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두 사람에 우회적 경고를 보내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당장 두 사람 중 한 명을 정리하긴 힘든 처지다.

만약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 주요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총괄하는 장 실장을 교체할 경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ㆍ일자리수석을 교체하면서도 장 실장은 유임시켰다. 반대로 규제 개혁을 비롯한 혁신성장의 사령탑인 김 부총리를 경질했다간 성장 기조가 후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 경제팀의 한 관계자는 21일 “소득을 높이는 것 자체로 경제 성장을 할 수는 없다. 성장 동력 자체는 혁신성장에서 나온다”면서도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해온 결과 빈부 격차가 심해지지 않았느냐. 양극화 해소를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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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상황 관련 당정청 회의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총무,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열렸다. 비공개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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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엇박자는 계속 언론에 부각되고 있다.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두 사람은 고용 쇼크의 진단과 해법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낸데 이어, 21일 국회에서도 김 부총리는 ‘소신성 발언’을 이어갔다.

두 사람 사이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어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김동연 패싱론’이 불거진 뒤로 의도적으로 외부 노출을 자제하며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월 1회 독대 자리를 만든 사람이 장 실장이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까지 제기하고 나서면서 장 실장 주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 부총리가 잇따른 정책 기조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책임 회피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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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상황 관련 당정청 회의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총무,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열렸다. 비공개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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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부총리 주변엔 김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면담을 앞두고 갑자기 일부 언론에 ‘대기업 구걸론’이 제기되면서 김 부총리에게 부담을 준 게 장 실장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장 실장과 가까운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이 갑자기 ‘청와대-정부 갈등설’을 제기한 것도 김 부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두 사람의 배경이 워낙 다른 것도 의견 대립의 한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정통적인 관료 출신인데 비해 학

자인 장 실장은 참여연대에서 핵심 활동가로 일했다.

이날 여권은 두 사람의 갈등설 봉합에 주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성장담론에선 혁신성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김 부총리가 주도해서 끌고 가는 것이고, 철학적 측면은 장 실장이 맡아서 가져 왔다”며 “대통령은 두 분 생각이 같다고 해서 신뢰를 주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정청의 삼각편대에서 각자 책임지는 역할이 조금씩 다를 뿐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조만간 회동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달 6일 조찬회동을 시작으로 격주에 한번씩 만나기로 했지만 아직 두번째 회동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목소리를 내야 할 청와대와 정부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것은 국민에게 ‘정책 혼선’을 부각해 경제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책이 힘을 받기도, 효과를 내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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