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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독] 전 여친 성관계 영상 유출범에 정식재판 청구도 안 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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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전 여친 말에 앙심

전 여친 새 애인에 성관계 영상 보내

부산지검 '벌금 300만원 약식 기소'

법원이 되려 정식 재판 받게 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처벌 나왔는데

돌연 불복하겠다며 항소

법조계 "앞뒤 맞지않는 처사"

헤어진 여자 친구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한 20대 남성을 ‘벌금 300만원’ 약식기소한 검찰이 법원 정식재판에 회부돼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그보다 강한 처벌을 해 달라”며 항소하기로 했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법원의 공판 절차 없이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내도록 결정하는 절차다.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이처럼 혐의가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으면서 법원에서 더 강력한 처벌이 나오자 처음 판단을 뒤집고 오히려 법원의 판단보다 더 강한 처벌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20일 부산지검과 부산지법 등에 따르면 A씨(24ㆍ남)는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술집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B씨의 말에 B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B씨의 새 남자친구에게 전송하고, 한 달 뒤 B씨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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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몰카범'의 성별에 따라 차별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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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은 올 초 A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검찰의 약식기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A씨에게 정식으로 재판을 받게 했다. 결국 A씨는 지난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ㆍ사회봉사 80시간ㆍ성폭력 치료강의 24시간 수강 선고를 받았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첫 약식기소 결정에 대해 “애초 피고인이 전 여자 친구의 새 남자친구 1명에게만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유포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동영상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점과 피고인이 부모와 함께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동영상을 삭제한 점, 초범이며 학생 신분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를 중범죄로 인식하는 최근의 여론과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보다 강한 형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에 불복하는 것은 최초 구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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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은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모(25)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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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영상 유포가 이뤄졌는데도 정식 재판에 회부조차 하지 않은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는 “피해자가 여전히 처벌을 원하고 있고 제한적이지만 유포까지 이뤄졌는데, 약식 기소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분”이라며 “벌금 300만원이면 중하지 않은 범죄로 본 것으로 검찰의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사건을 홍대 몰카범의 경우와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동영상을 통해 신원이 특정된다거나, (홍대 사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가 이뤄졌다면 절대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지인 1명에게만 유출된 점이 가장 결정적인 감경 사유”라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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