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주력 제조업은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87%를 차지할 만큼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다. 국내 제조업 취업자수(456만6000명) 중 86%는 정규직일 정도로 양질의 일자리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잘 버텼던 이유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9%로 미국(12%) 일본(20%) 등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작아 변동성이 큰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는 이미 예고됐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지렛대였던 중국이 이제 가장 무서운 경쟁자가 됐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는 가격 담합과 ‘끼워 팔기’ 등 위법 행위를 조사하겠다며 외국기업에 대해 ‘불공정 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자국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중국 기업이 기존 성장단계를 뛰어넘도록 ‘불연속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른바 ‘3불(不) 정책’이다.
중국이 3불 정책으로 한국 제조업을 옥죈다면 우리는 중국을 대체할 인도, 동남아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면서 기술력을 갖춘 새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여기에 반도체 분야와 같이 아직 중국이 추격하는 데 시간이 남은 분야에서는 기업과 정부, 학계가 합심해 중국기업과 기술을 초(超)격차로 벌릴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새 시장, 새 인력, 새 기술의 이른바 3신(新)으로 성장 모멘텀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3년, 한국 산업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릴지 치열하게 고민할 때다. 중국의 부상과 달라진 산업 환경에 맞게 주력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추락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선과 철강처럼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직면한 기존 산업의 돈과 인력이 새로운 성장분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이 바로 이런 청사진을 그리는 첫 단계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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