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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세먼지, 여름은 괜찮다? 그건 ‘땅 위’ 이야기…지금도 지하주차장은 ‘매우매우매우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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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보건환경연 조사…아파트 지하주차장 미세먼지 평균 591.4㎍/㎥

낮보다 출퇴근 시간 오염도 심해…계절별로는 황사 유입되는 봄철 최악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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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주로 겨울부터 봄 사이에 자주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고농도 현상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시민들 다수는 여름철 동안만은 미세먼지 걱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실외 공기에만 들어맞는 것일 뿐 실내, 특히 지하 공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지하 공간 가운데서도 특히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지하주차장의 미세먼지 농도가 지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일 때보다 3~4배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은 지난 6월 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한 ‘경기도 북부지역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실내공기질 변동 특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300~7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가운데 주차장 출입구가 2개 이하인 5개 단지를 선정하고, 이들 중 가장 대표성이 높은 1개 단지에서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 주차장의 공기질을 연속으로 측정했다. 측정지점은 차량 출입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진·출입로 10m 반경 내로 정했다.

측정 결과 이 아파트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의 농도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미세먼지(PM10) 농도는 기준치를 크게 넘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91.4㎍/㎥에 달해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상의 기준치인 200㎍/㎥의 3배 가까운 수치였다.

수도권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와 나쁨 수준일 때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와 비교하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대기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서울의 지난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44㎍/㎥ 정도였고, 나쁨 수준으로 올라갈 때의 일평균 농도는 100~150㎍/㎥ 안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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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로는 차량 출입이 잦은 출퇴근 시간대의 오염도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1층 주차장의 출근 시간대 미세먼지 농도는 550.2㎍/㎥로 나타났다. 지하 1층의 퇴근 시간대 미세먼지 농도는 356.37㎍/㎥였다. 지하 2층의 출근 시간대 미세먼지 농도는 271.8㎍/㎥, 퇴근 시간대 농도는 286.80㎍/㎥로 지하 1층보다는 오염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출입이 비교적 적은 낮 시간대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하 1층 56.7㎍/㎥, 지하 2층 37.6㎍/㎥로 출퇴근 시간대의 6~9분의 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출퇴근 시간대의 미세먼지 관리가 필요하며, 차량 진·출입로에 물을 뿌려 되도록 먼지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기준치를 넘지 않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 역시 출퇴근 시간대에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경우 톨루엔, 자일렌, 에틸벤젠, 벤젠 순으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하 1층보다는 지하 2층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높은 것에 대해 지하 2층의 공기가 더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이 대표성이 가장 높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의 계절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봄철의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의 지하주차장 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의 4.5배가 넘는 914.0㎍/㎥에 달했다. 6월에는 555.6㎍/㎥, 9월 448.5㎍/㎥, 12월 447.3㎍/㎥ 등으로 다른 계절에는 봄철에 비해 낮은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봄철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것에 대해 황사 유입을 꼽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오염도가 높음에도 모든 지하주차장에서 오염을 저감하기 위해 설치된 송풍기가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하주차장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송풍기를 하루 3회 30분 이상 가동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봄철에는 황사 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동시간을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하주차장만큼은 아니지만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스포츠시설의 공기질도 실외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실내 스포츠시설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흡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계명대 자연과학대 연구진은 ‘겨울철 서울시 일부 실내스포츠시설에서 금연정책 실시 전후 PM2.5 농도 비교’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서울시 내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50곳씩을 선정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실내스포츠시설 금연정책이 실시되기 전과 후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했다. 금연정책이 실시되기 전 97.8㎍/㎥에 달했던 당구장의 PM2.5 농도는 금연정책 실시 후 47.2㎍/㎥로 51.7% 낮아졌다. 스크린골프장의 경우 29.0㎍/㎥에서 26.3㎍/㎥로 9.3% 감소했다. 당구장은 금연정책 실시 후에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연평균 농도의 2배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2017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5㎍/㎥였다. 연구진은 금연정책 실시 이후에도 실내 스포츠시설에서 여전히 흡연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실내금연정책을 더욱 강화해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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