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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기고]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등골휘는 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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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외국의 유용한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 상품을 연구개발하려는 경우, 사전에 제공국인 원산지국의 접근 허가를 취득하고 그 이익을 제공국과 나눠 가지는 것을 의무화하는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법률이 8월 18일 우리나라에도 시행된다. 바이오산업계의 적응과 대비를 위해 1년 동안 유예됐다 시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8월 18일부터 외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신품종 개발 등의 목적으로 수입하는 이용자는 해당 국가의 사전허가 취득과 이익공유계약 체결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국가점검기관 중 하나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점검기관이다. 문제는 바이오산업의 주무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완전히 그 역할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의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천연물신약, 화장품, 한약 등의 이용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식약처의 도태로 정부의 바이오산업 성장동력 추진 정책은 반쯤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산업계 편의와 혼란 방지를 위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설치된 ABS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에 ABS 통합신고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모든 생물유전자원이 신고 대상인 것은 아니다. 국내이행법률의 신고 대상은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면서 접근허가 및 이익공유(ABS) 법체계를 마련한 국가의 것에 한정된다. 예를 들어 28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일본에서 자생하는 생물유전자원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당사국이지만 접근허가 및 이익공유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생물유전자원도 신고 대상이 아니다. 당사국이기는 하나 이용자가 준수할 ABS 법률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용자는 개별 당사국의 ABS 법률 존재 여부와 적용 범위 그리고 준수 절차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유의할 점은 브라질과 같이 의정서 당사국은 아니지만 ABS 법률을 마련한 국가의 경우에는 법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 형사적, 민사적, 그리고 지식재산권적으로 엄청난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생물유전자원도 접근 및 이익공유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바이오산업계에 엄청난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접근허가나 이익공유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외국인, 재외국민, 외국 기관 또는 국제기구, 외국 법인은 우리나라 국가책임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환경부, 농식품부, 과기부, 해수부, 복지부가 국가책임기관이다. 이용하려는 생물유전자원의 이용 방법, 용도, 이용 내용, 소관 책임기관 등을 고려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책임기관들의 소관 생물유전자원이 상호 간에 너무 중복돼 담당 국가책임기관이 모호하다는 데 있었다.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적절히 알아서 찾아가라는 미봉책으로 싱겁게 합의됐다.

특히 유의할 점은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지만 외국에 본점 또는 주사무소를 가진 다국적 기업도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위의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생물유전자원을 연구개발하는 경우조차도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외국의 선진 바이오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박탈할 것이다. 소탐대실의 상징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이 우리나라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려는 외국 기업에 수출하려는 경우, 또는 외국 기업이 수입된 생물유전자원을 제3자에게 다시 이전하려는 경우에도 신고 대상이다.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률의 시행으로 바이오산업계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특히 바이오 수출 기업들은 상당한 피해와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 간에 이행법률과 시행령 그리고 시행규칙 등이 너무 늦게 합의되고 인식 제고와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이다. 불쌍한 바이오산업계의 등골만 휘어질 뿐이다.

[박원석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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