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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기자24시] 책임지지 않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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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이 확정 발표됐다. 그러나 여전히 잡음과 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입 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언제나 높았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이 요즘처럼 분노와 불신, 비난과 냉소로만 점철된 적이 있었나 싶다.

작년 8월 교육부는 대입 제도를 개편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1년 유예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교육회의가 등장했고 역사상 유례없는 교육 정책 공론화를 시행했다. 꼭 1년이라는 시간과 2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자리다. 아니, 되레 한 걸음 물러났다.

2022학년도 대입을 치러야 하는 현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1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고교 입시를 셈하는 머릿속이 전에 없이 복잡해졌고 공론화 과정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와 혼란이 가중됐다. 입시 업체들은 각종 설명회와 특강을 열어 불안하고 막막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화려한 마케팅을 펼쳤다. 각종 교육단체들은 거의 매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비용이다. 국민이 이번 대입 정책 결정 과정에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에 정부가 정책 결정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번 교육 정책 공론화에 대해 "여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수차례 자평했다. 여론을 확인했다면서 그대로 반영하지도 않았다. 수능 전형 비율은 기존에 비해 고작 5%포인트 늘어났을 뿐이다. 적용 대상이 되는 대학들도 많지 않아 실효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다.

국민의 뜻이라고 포장했지만 정작 국민의 공감도, 수긍도 얻지 못했다. 교육부 폐지와 교육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다음 정권으로 또 한 번 공을 넘긴 셈이다. 행정부는 나라 살림을 꾸리고 정책을 만들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니 책임은 그만 떠넘기고 주어진 역할과 소명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걸 위해 국민이 세금을 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다.

[사회부 = 김효혜 기자 double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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