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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붉은 깃발`에 막힌 지자체 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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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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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문재인 대통령이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인용하며 표현한 규제)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탈월전,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가 휘둘렀던 붉은 깃발에 가로막혀 개점휴업 상태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는 2012년부터 낙동강 국가 하천 용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낙동강 하천 용지에 8㎿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발전단지 4곳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대구시는 현재 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 20%까지 늘리겠다는 것.

하지만 대구시 앞에는 넘어야 할 규제가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3월 하천 점용허가 세부 기준에 하천 용지에도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기준까지 개정했다. 세부 기준까지 개정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하천 용지를 이용한 태양광발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무슨 이유일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개정안 자체가 또 다른 규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하천 용지에 태양광발전 시설 지지대를 세울 경우 큰 나무를 심을 때 적용되는 기준인 가로 25m, 세로 50m 간격으로 심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 지지대를 설치할 때 가로 5m, 세로 8m 간격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태양광발전업계는 "지지대 사이 간격이 너무 길어 최신 와이어 공법을 적용해도 발전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구시는 이 규제가 개선되면 낙동강과 금강 등 4대강 수변생태공원 일부를 활용해 2GW의 태양광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원전 2기에 해당하는 발전 규모다.

울산광역시도 규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울산시는 2022년부터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 인근에 1조5000억원을 들여 100㎿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50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공유수면 점용 관련 법령에는 바다에 특정 시설을 설치할 때는 공유수면이나 인접한 토지에 피해가 예상되는 권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해안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피해 주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정 시설을 해안가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설치하거나 1㎞ 떨어진 곳에 설치하거나 거리에 상관없이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하면 누구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울산시는 어민 피해를 우려해 해안가에서 1㎞ 이상 떨어진 곳에 실험용 발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지만 허가권을 갖고 있는 울산 울주군은 어민 등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 허가를 거부하고 있다.

경남도는 수소가스 충전소 설치에 얽힌 규제를 실감하고 있다. 경남도는 연말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수소차 204대 보급과 수소가스 충전소 4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가스 충전소 설치는 개발제한구역법에 딱 걸렸다.

창원 마산합포구 덕동에 추진 중인 수소 충전소의 경우 당초 오는 11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개발제한구역인 자연녹지 지역에 해당해 착공도 못하고 있다. 현행 법은 개발제한구역 안 부대시설은 천연가스 공급 시설과 전기 공급 시설만 설치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천연가스 충전소에 수소가스 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정부 정책과 법이 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청사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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