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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정부, 난립 복제약에 규제 칼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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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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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생산·판매 관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발암물질 성분이 포함된 고혈압 복제약 판매 중지 사태 후 복제약 난립에 따른 복제약 안전성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9일 정부 관계자는 "복제약과 관련해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것, 높은 복제약 가격대가 대규모 생산과 판매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 등 모든 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의약품 품질 저하와 불법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을 높여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품목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가 복제약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위한 실무회의를 시작했고 향후 제약업계,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동성시험 등 허가 절차 강화를 비롯해 약가 정책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협회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참여 업체를 최대 4곳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복제약 허가가 너무 쉬워 품질 저하와 과당경쟁이 발생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생동성시험 규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 규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생동성시험이 복제약 난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들려면 생동성시험을 통해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한 약효와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복제약을 판매하는 제약사가 직접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위탁·공동 생동성시험을 통해 식약처에서 판매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위탁 생동성시험이란 이미 생동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을 만들고 있는 업체에 위탁해 똑같은 복제 의약품을 제조하면 별도 자료 제출 없이도 생동성을 인정받는 제도다. 공동 생동성시험은 여러 회사가 모여 비용을 공동 지불하고 생동성시험을 위탁 실시하는 것으로, 참여하는 제약사 수에 제한이 없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가 자체 생동성시험을 실시한 품목보다 제조업체에 위탁해 허가받은 품목이 3배 가까이 많았다.

사실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규제는 2007년에도 한시적으로 도입된 바 있다. 2006년 '생동 조작 파문', 즉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307개 품목 허가가 취소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당시 식약처는 복제약 난립과 과당경쟁도 생동성시험 조작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약업체들이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복제약에 대해 임상시험을 중복으로 거쳐야 하는 것은 비용만 많이 드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했고, 규제개혁위원회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식약처는 2011년 11월 공동 생동성시험 제한을 철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제약업체들이 "생동성시험을 다시 규제해야 한다"고 태도를 바꾼 것은 복제약 허가가 너무 쉽게 이뤄지다 보니 영세 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해 값싼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다 이번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까지 초래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복제약이 워낙 많다 보니 품질 관리가 되지 않고 비슷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리다매식 복제약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제약사들은 정부의 생동성시험 참여 업체 수 제한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중소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사태는 조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위탁·공동 생동성시험과 무관한데, 이를 복제약 전체 문제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복제약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수천 개 이상 복제약이 난립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복제약이 50개를 초과해 출시된 약품만 3492개 품목에 달할 정도다. 발기부전치료제로 유명한 오리지널약 비아그라는 46개사가 116개 복제약 허가를 받았거나 판매 중이다.

■ <용어 설명>

▷ 생동성시험 : 제약회사에서 만든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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