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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CEO] "해외사업 성공 1등 비결은 사람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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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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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에서 그는 '에너자이저'로 불린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5개월 만에 대산·울산·여수 등 국내 공장은 물론 미국·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 생산기지를 모두 순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취임과 동시에 조직에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직접 국내외 거점 공장들을 돌며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발로 뛰는 '에너자이저' 출현에 조직 내 자극도 커졌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61)이 그 주인공이다.

화학공학과 출신인 김 사장 이력에서도 롯데케미칼타이탄은 전설과도 같은 기록이 됐다.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를 추진했고, 인수 후 잠시 주춤했던 타이탄 대표이사를 맡아 체질을 개선하고 효자 노릇을 하게 만들었다. 롯데케미칼이 약 7년 만에 기업가치를 2.5배 이상 높여 말레이시아 증시에 재상장시킨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롯데케미칼 본사가 있는 잠실 롯데타워에서 김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최근 롯데케미칼의 광고 문구가 떠오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화학이 있는 곳을 넘어 화학이 가야 할 곳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김 사장은 늘 도전하는 '해외통' 최고경영자(CEO)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CEO 가치를 강조해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론처럼 그는 탄탄한 해외 사업 성과를 평가받아 롯데케미칼 사령탑으로 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의 첫마디도 "해외 12개 사업장을 1년에 한 번씩 간다"는 것이었다.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하다가도 해외 사업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말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현지 사정 파악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건강하게 있어야 사업도 잘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협상을 7년 정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협상이나 사업을 잘하려면 결국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하고, 직원들 챙기러 1년에 한 번은 무리해서라도 꼭 가보는 이유는 사람을 만나봐야 사업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TV 광고는 롯데케미칼이 처음으로 내보낸 TV 광고로 롯데케미칼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담아 제작됐다. 첫 번째로 방영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편은 김 사장이 인수부터 턴어라운드까지 성공한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앞서 2012년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도 그의 주요 업적에서 꼭 언급되는 경험이다.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지지 않은 이곳에 4조3000억원 규모의 가스전 화학단지를 건설해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2006년 롯데케미칼과 미쓰비시레이온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대산MMA 합작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1983년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바로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는데 당시 화학사업은 회사 내에서 그렇게 주목받는 분야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이제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에서도 간판 계열사로 한 축이 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70명을 입사시켰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기수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숫자다. 그는 "장사 잘해서 국내 법인 중 법인세 6위에 올랐고, 하반기 채용까지 합하면 150명 정도 채용할 생각인데 이 정도면 롯데그룹의 한 축이 됐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 사장 말대로 롯데케미칼은 20일 경주에서 열리는 통합경영학회에서 최우량기업 대상을 수상할 만큼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등 석유화학 부문에 집중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폈다.

2015년에는 미국 엑시올과 북미지역에 에탄 분해 공장을 위한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으로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로는 최초로 2016년 6월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에탄크래커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미국 생산시설은 생산기지와 판매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석유화학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한 첫 사례다.

그는 "미국 공장은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에 위치한 에틸렌 공장을 약 20만t 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이 같은 증설과 신설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외 에틸렌 생산량은 450만t이 된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포함해 우즈베키스탄 공장,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 등 해외 생산력까지 더한 수치다. 국내 1위, 글로벌 7위 규모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여수 등 증설 사업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업은 사업 타당성 등 여러 사항을 면밀하고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장 부재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 등에 어려움이 많지만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본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재적소의 투자 결정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생산 운영이 성과를 낸 것이다.

그는 "2007년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일을 했는데 시장과 원료가 있는 곳에 가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통해 저가 원료 확보와 수요지 선점이 이때부터 회사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런 스페셜티에 포토폴리오 갈증을 최근 협력과 인수·합병(M&A)으로 채워 넣었다. 2014년에는 현대오일뱅크와 공동 출자해 대산 공장 내 현대케미칼을 출범했다. 2015년 10월에는 국내 화학 산업 최대 빅딜 중 하나이며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인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3조원에 인수했다.

그는 "정밀화학 분야에 진출해 정보기술(IT) 등 전방 산업에 대한 동향을 흡수하고, 원료 구매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57년 경북 출생 △1983년 중앙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4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입사 △2009년 호남석유화학 신규사업(상무) △2011년 호남석유화학 신규사업 총괄(전무) △2014년 롯데케미칼 LC 타이탄 대표이사(부사장) △2017년 롯데케미칼 LC 타이탄 대표이사(사장) △2017년 3월~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이동인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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