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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11월 트럼프 만나는 시진핑, 무역전쟁 백기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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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APEC·G20 회의에서 만남 예정

미·중, 무역전쟁 종식 방안 구상 위해

다음 주 워싱턴서 실무 협상 시작

"워싱턴과 관계 회복" 원하는 중국,

어떤 양보안 내놓을지 관심

중앙일보

생각에 잠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 6월 21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파푸아뉴기니 총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베이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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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일 것인가. 오는 11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미ㆍ중 무역전쟁이 연내에 휴전에 들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휴전 논의에 적극적인 쪽은 중국이다. 이 때문에 결국 중국이 먼저 손을 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ㆍ중 정상이 11월 다자간 회의에서 만남이 예정돼 있고, 이 자리에서 무역분쟁에 종지부를 찍는 방안을 양국이 구상 중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양국 소식통을 인용해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양국 실무 협상팀이 무역분쟁을 끝내기 위한 로드맵을 짜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먼저 11월 12~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두 번째 만남은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이뤄진다. 두 정상 간 만남은 1년여만이며, 미ㆍ중 무역전쟁 시작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2일 중국산 상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7월 6일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상품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해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80여년 만의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앞서 지난 16일 양국은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협상 재개 소식을 동시에 알렸다. 오는 22~23일 차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 협상이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 왕셔우원(王受文) 부부장이 이끄는 대표단 9명과 데이비드 말패스 미 재무부 차관이 이끄는 협상단이 테이블에 앉는다. 지난 5월 협상 결렬 이후 3개월여만이다.

WSJ은 협상 재개에 대해 “워싱턴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베이징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화기애애했으나 무역분쟁으로 얼어붙은 미·중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중국이 대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신문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양국 관계를 안정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서두르는 요인으로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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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 전광판. [베이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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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ㆍ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위안화 약세와 중국 증시 침체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호황이어서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워싱턴과의 갈등으로 중국 경제를 개혁하고 초강대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시 주석의 계획이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의 정치적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쓸 수 있는 보복카드가 거의 소진됐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5054억 달러어치를 수입한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1298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해 중국은 똑같은 규모,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외쳤지만, 실전에 들어가자 실탄(관세를 부과할 대상)이 떨어진 셈이다.

중국은 협상 외에도 무역전쟁 종전을 위한 물밑 작업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최근 중국 관료들은 미국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미ㆍ중 무역전쟁이 빨리 끝나도록 미국 업계가 워싱턴에 로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 및 확대를 희망하는 미국 기업과 중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중국 경쟁 당국 수장인 장마오(張茅)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장은 지난 17일 크레이그 앨런 미ㆍ중 기업협의회 회장을 만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양자 무역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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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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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이징이 처한 여건이 열악하다고 타협이 금세 이뤄질 것으로 예견하기는 이르다. 미국의 요구 사항을 중국이 얼마나 수용하느냐, 중국이 미국에 어떤 양보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협상 당시 미국은 중국에 ^무역적자 2000억 달러 축소 ^산업정책 변경 ^중국을 WTO에 제소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 등 8개 항을 요구했다.

이후 미 재무부는 요구 사항을 다듬어 ^중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축소 ^철강ㆍ알루미늄 등 제조업 생산과잉 중단 ^미국 기업에 대해 기술 이전 강요 중단 ^미국 상품과 서비스 수입 확대 ^위안화 가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중국으로선 쉽게 인정하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된 신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협상이 수포가 될 위험도 있다. 미국은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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